원세훈 ‘댓글 재판’ 시작도 전에…재판장이 무죄 검토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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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정식 재판 시작 전부터 무죄 판단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김 부장판사가 당시 재판연구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수색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원 전 원장 재판 관련 문건 6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전산정보국과 협의해 전체 백업 데이터 중 김 부장판사와 재판연구원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일부 압수했다. 이메일 분석 결과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식 공판이 시작된 2015년 7월21일 이전에 재판연구원과 원 전 원장에 대한 무죄 판결을 검토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해당 이메일에서 김 부장판사가 국정원 직원들과 원 전 원장 사이에 댓글 조작 범행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했다. 사실상 원 전 원장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법리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김 부장판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재판연구원과 당시 재판부 주심 판사를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주심 판사의 경우 “김 부장판사가 재판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향후 김 부장판사를 소환해 관련 내용을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정식 공판이 열리기도 전부터 이 같은 내용이 검토됐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최근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해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을 통해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법관 전체 이메일 자료를 합법적 근거 없이 수색 대상으로 했고, 관련성이 없는 자료를 압수해 참관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검찰은 당시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박노수(52·31기) 전주지법 남원지원장이 “사건 관련자가 일방적으로 주장을 전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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