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고 계속 전진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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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동갑 윤지영-앰바 총장 방한… “음악과 다른 학문의 융합 필요”

최근 서울에서 만난 윤지영(레이철 윤) 미국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 총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에서 만난 윤지영(레이철 윤) 미국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 총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작년과 올해, 한국 여성과 흑인 여성이 각각 미국 유명 음악대학의 총장에 올랐다.

‘오벌린 콩쿠르’로 유명한 오하이오주의 명문 ‘오벌린 칼리지’의 15대 총장인 카먼 앰바, 캘리포니아주의 실용음악 교육 명가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I)’의 6대 총장인 윤지영(미국명 레이철 윤) 씨다. 최근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을 만났다. 미국 사회의 소수자로서 음악교육계 정상에 올랐고 나이도 50세로 같다. 앰바 총장과 윤 총장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스스로를 믿었기에 이 자리에 왔다”며 “음악과 다른 학문의 적극적 융합과 교류야말로 급변하는 지금 세계에 맞는 교육 철학”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 초 취임한 윤 총장은 클래식 학도 출신이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2005년 MI의 교수가 됐다.

“성격이 고지식한 편이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아 동료 교수진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제가 교수 재교육 프로그램을 관리할 때 친한 교수가 6시간짜리 교육에 수강시간 3분이 부족해 봐 달라고 사정을 했는데 단호하게 자른 적도 있어요.”

MI는 폴 길버트(미스터 빅), 프랭크 갬벌(리턴 투 포에버) 같은 명연주자를 배출한 악기 연주 교육의 명문. 그러나 윤 총장은 음악전문학교의 한계를 깨는 데 진력했다. 준학사, 학사,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2013년에는 영화음악 작곡 전공을 만들었다.

“이번 학기에 캠퍼스 내에 최초로 교양과목을 개설했어요. 물리학, 수학, 철학 등을 가르쳐 음악학도들의 통합적 사고를 기르려 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카먼 앰바 오벌린 칼리지 총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에서 만난 카먼 앰바 오벌린 칼리지 총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하반기에 취임한 앰바 총장은 변호사 출신이다. 1833년 설립된 오벌린 칼리지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그는 “차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시간에 원하는 문을 두드리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날 이끌었다”고 했다.

오벌린은 미국 대학 중 유일하게 인문학, 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와 음대 격인 ‘콘서바토리’가 공존하는 곳이다. “최근 학생들이 설립한 ‘엘 센트로’ 재단은 이민자들의 시민권 자격시험 준비를 돕는 곳입니다. 학내에서 열리는 ‘팝업 콘서트’는 객석과 무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깨부쉈죠.”

오벌린 칼리지는 미국 교육사에서도 기념비적인 곳이다. 남성과 여성, 흑인과 백인의 공동교육을 처음으로 허용한 고등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역사를 지닌 곳에서도 흑인 여성 총장이 나오는 데 150년이 걸렸어요. 저를 보며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전진하는 학생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게 제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윤지영#앰바#오벌린 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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