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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명중 1명꼴 휴대전화… 치킨-맥주 배달 앱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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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명중 1명꼴 휴대전화… 치킨-맥주 배달 앱까지 등장

황태훈 기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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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평양에 거센 ‘시장화’ 물결… 탈북자들 증언 들어보니 ‘평양의 한 외화상점에 20대 초반 여성이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들어왔다. 핸드백과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데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서슴없이 지불했다. 지갑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했다.’

평양에서 생활했던 한 탈북자가 소개한 부유층 소비의 한 모습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평양에선 부유층이 명품으로 부를 소비하고 과시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 사이트 ‘NK뉴스’가 최근 공개한 평양의 풍경 사진들에는 세련된 옷을 입고 휴대전화를 하는 여성의 모습 등 ‘여기가 평양 맞아?’ 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다.

북한 전문가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부유층과 서민층, 평양과 지방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북 일부 부유층의 호화생활

고위층 간부 아버지를 둔 평양 거주 남성 A 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고급 호텔에서 먹고 마시며 하루 500유로(약 65만 원)를 쓰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외국인 전용이라는 게 무색하다. 주위 고객도 A 씨 같은 북한의 금수저들이다.

A 씨는 “평양에서도 명품은 넘쳐난다”며 “통일거리 시장이나 락원백화점에 가면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또 다른 탈북자는 전했다. 북한 당국이 대북 제재로 사치 생활을 못 하게 된 부유층의 불만을 달래고, 민간이 보유한 달러 등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사치품 판매를 장려한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을 여행한 서방의 여행가나 탈북자 전언,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도 신세대가 즐겨 찾는 ‘로데오 거리’가 생겨났다. 모란봉 구역 안상택 거리, 창전 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 거리가 대표적이다. 안상택 거리는 재일교포 출신들이 많이 살아 1980, 90년대에는 북한의 유행을 선도했다고 한다. 요즘도 명품 상점이나 고급 식당이 몰려 있다. 북새상점을 비롯해 105층짜리 류경호텔 부근 보통강 류경상점, 락원백화점 등에는 초고가 브랜드 명품이 즐비하다.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공개되는 곳으로 올해 7월 문을 연 1500석 규모의 평양 대동강수산물식당에는 철갑상어회 등 고급 음식과 외국산 식재료가 갖춰져 있고 가격도 미국 달러로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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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결혼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 결혼식은 신랑, 신부 집에서 한 번씩 결혼식을 치르고 먹고 마시는 잔치였다. 하지만 최근 평양에는 집 밖에서 화려하게 치르는 예식이 나타났다. 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분장사와 촬영 기사를 불러 웨딩 동영상을 찍고 전문 예술인 공연까지 연다. 결혼식 비용은 1만 달러(약 1100만 원)가 넘기도 한다.

○ 평양에도 거센 부동산 투기 바람, 500만 대의 휴대전화

북한은 개인의 토지나 건축물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1994∼1999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주택 공급 체계가 붕괴됐다. 국가로부터 분배받은 집을 팔아야 겨우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탓이다. 이때 일부 부유층이 이 같은 주택을 헐값에 구입해 다주택자가 되기도 했다. 북한은 소유권 대신 거주권을 보장하는 ‘입주권’을 발급하는데, 이 입주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런 초기의 ‘부동산 거부’에 이어 나타난 것이 기획 부동산 개발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주택 단지를 개발, 분양해 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기획자는 장마당 사업이나 중국과의 무역 등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인 신흥 자본가 혹은 사금융 업주 격인 ‘돈주’나 돈주의 돈을 빌려 개발에 나서는 사람 등 다양하다. 누가 부동산을 개발하든 공통점은 개발과 분양 과정에서 권력층과의 관계가 필수라는 점이다.

주로 평양 등 대도시에서 부동산 투자와 투기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0년대 초 한 채에 5000달러(약 560만 원)가량이던 아파트 가격은 올해 최고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까지 60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보통강 구역 류경동 30층짜리 아파트에는 평양에서는 처음으로 수입 대리석도 깔렸다. 모 권력 기관이 지은 것으로 권력의 배경 없이는 짓기도 어렵고 구입해 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외부와 자유롭게 통화할 수는 없지만 휴대전화 보급도 늘어 500만 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가 2560만 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꼴이다. 평양에서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받아 집에서 냉면 통닭 맥주 등을 주문해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온라인 주문 시스템 ‘옥류’를 이용해 냉면을 배달 주문하는 식이다.

○ 화려함의 그늘, 양극화


지난해 4월 준공된 평양의 신흥 개발지 ‘려명 거리’에 북한은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공개했다. 밤에도 불빛이 환한 이곳은 평양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전력 등 제한된 자원이 편중되게 사용된 모습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제재 속에서도 장마당 때문에 시장화가 일부 진행돼 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일부 신흥 부유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양극화의 그림자도 벌써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2018 북한사회 변동과 주민의식’ 세미나에서는 평등을 슬로건으로 한 북한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탈북자 87명을 대상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올해 26.4%였다. 2015년 39.7%, 2016년 33.3%, 2017년 31.1% 등에 비해 매년 줄었다.

이번 세미나에서 ‘북한 의식주 생활과 정보화’를 발표한 북한 연구기관 ‘샌드(South And North Develope·남북발전) 연구소’ 대표이자 2001년 탈북한 최경희 박사(도쿄대 정치학)는 “북한 식생활의 양적 수준은 비교적 안정됐지만 고기 식사 등 질적 수준은 전년도에 비해 떨어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북한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빈부 갈등이 심화되면 사회 불안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도 커져 평양에 마천루가 올라가고 고급 음식점이 늘어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식량 자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에서는 크게 권력을 배경으로 한 ‘갑부’와 외화벌이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개인인 돈주가 신흥 부유층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다만 북한에서는 중산층이라고 부를 만한 계층이 아직 형성된 적이 없기 때문에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의미인 ‘양극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북한#양극화#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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