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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근처 첫 불길… “건물주 반대로 스프링클러 설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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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근처 첫 불길… “건물주 반대로 스프링클러 설치 못해”

홍석호 기자 , 서형석 기자 , 권기범 기자 입력 2018-11-10 03:00수정 2018-11-10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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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고시원 화재]또 사람 잡은 ‘후진국형 화재’
스프링클러 지원 대상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동의 안해 신청 철회돼
6개월전 소방조사 통과한 경보기… 생존자들 “화재 당시 안울렸다”


새까맣게 타버린 고시원 3층 복도.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목재로 된 문틀이 숯덩이로 변했다. 5∼10㎡(1.5~3평) 크기가 방 29개가 폭 1m의 좁은 복도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27호에 살던 이춘산 씨(63)는 9일 오전 5시경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놀라 방문을 열었다. 복도와 벽에서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고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방 안의 소화기를 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라고 생각한 그는 창문을 열어 방충망을 뜯은 뒤 외벽의 배관을 타고 1층으로 탈출했다.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숨진 7명은 모두 3층에서 발견됐다.

○ 서울시 “건물주, 스프링클러 설치에 반대”


이날 화재는 301호 전기난로에서 시작됐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화재 초기에 진압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국일고시원은 2015년 4월 서울시가 진행하는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서울시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대신 5년간 고시원 임대료를 동결하고 고시원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 사업의 조건이었다. 고시원 운영자는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6월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그런데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신청이 철회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모 업체 대표 A 씨와 동생 B 씨가 공동 건물주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5년여 전부터 B 씨가 건물 운영을 맡고 있어 A 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못 하게 할 분들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탈출하려는 사람 몰려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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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당시 TV를 보고 있던 321호 거주자 이모 씨(64)는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속옷 차림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하지만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고 연기가 복도에 가득 차는 바람에 자고 있던 주민들은 탈출하기 어려웠다. 익선동 주민센터로 대피한 3층 거주자 김모 씨(59)는 “방문이 벌겋게 달아올라 잡고 나갈 엄두가 안 났다. 창문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달궈진 창틀을 잡아 손에 화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완강기도 무용지물이었다. 불길이 거세고 연기가 짙어 방문을 열고 완강기까지 갈 수 없었다.

2층에선 사상자가 없었지만 상황은 급박했다. 정모 씨(40)는 “좁은 복도에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아비규환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솟구치는 붉은 화염 속에 3층 주민들이 창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고 전했다.

○ 소방조사에서는 ‘이상 무’

국일고시원은 올해 5월 종로소방서에서 소방특별조사를 받았다. 지역 내 다중이용시설 점검 차원이었다. 소방서는 비상벨과 완강기, 화재경보기 등이 작동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고시원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고시원은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올 1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올 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진단에서는 전통시장, 다중이용시설 등 화재 취약시설의 안전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1983년 지어진 국일고시원 건물은 건축물 대장에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있어 서류상으로는 고시원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홍석호 will@donga.com·서형석·권기범 기자
#화재#고시원#스프링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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