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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서 배관 매달려 뛰어내려”…종로 고시원 화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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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서 배관 매달려 뛰어내려”…종로 고시원 화재현장

뉴스1입력 2018-11-09 10:16수정 2018-11-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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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크기 쪽방 밀집·경보기까지 고장나 피해 커져
‘대응 미흡’ 지적도…소방 “불이 거세 진입·탈출 어려워”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18.11.9/뉴스1 © News1

“속상해서 어떡해. 내가 그 사람들 불쌍해서 고시원에서 반찬도 갖다 주고 죽도 끓여 줬는데. 난 죽어도 괜찮은데 어쩌면 좋아…….”

9일 오전 5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장 A씨가 오열을 쏟아냈다. A씨와 아들 2명이 함께 살며 관리해온 고시원에 묵던 사람들은 대체로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이 시작된 3층과 건물 옥탑방은 창문이 터져 나가 화재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었다. 3층 창문 위에 걸린 고시원 간판도 절반 이상 그을리고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화재가 진압된 지 2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매캐한 냄새가 현장을 감돌았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는 김철수씨(70)는 “투숙자 일부가 건물 맞은편에 속옷만 입고 탈출해 나와서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혀를 찼다.

고시원 2층에 2개월째 머물고 있다는 정모씨(40)는 화재 현장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다. 정씨가 “불이야” 하는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휴대폰 시계는 오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씨는 “‘우당탕당’ 큰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나기에 일단 바깥에 나왔다”며 “3층 출입구 쪽 첫 번째 창문에서 연기와 불길이 일었고 바람이 불어서 불길이 고시원 안쪽으로 들어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늦게 일어난 사람 2명 정도가 3층 창문으로 나와 파이프 배관에 매달려 뛰어내리기도 했다”며 “대피하신 분들이 경보기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한다. 소리를 들었으면 깼을텐데, 원장님도 하필 경보기가 고장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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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고시원 복도의 폭은 약 1m 정도로, 2명이 함께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각 호실의 크기 또한 약 6.6㎡(2평)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무척 작은 ‘쪽방’이라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당시 화재진압 및 구조활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작은 불 같았다. 빨리 와서 대응했더라면 (불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3층에 사시는 분들 중에는 호스를 직접 끌고 가겠다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가 대부분 바깥으로 출화가 되어 화세가 거셌다”며 “출화가 되면 소방대와 인명구조대원이 진입하기도 어렵고 안에 계신 분들이 탈출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화재가 출입구 부근에서 발생했다는 최초 목격자의 의견이 있었다”며 “심야시간대라 신고가 늦어지고 출입구가 봉쇄됨에 따라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종로소방서 등에 따르면 불은 고시원 3층 출입구 근처의 호실에서 발생해 2시간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고시원 거주자 27명 중 6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위독한 상태인 이들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져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들은 고대안암병원, 서울백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한양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 인근 병원 7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색 종료 직후 감식반을 투입하고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확보에 들어가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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