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터뜨린 ‘4028일 만의 웃음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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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결승타… 한화, 넥센에 첫승
1차전 대타 삼진-2차전 결장 딛고 5번 나서 첫타석 안타 이어 수훈
8회 등판 마무리 정우람, 승리 챙겨
어깨부상 이정후, 결국 시즌아웃

한화 김태균(52번)이 22일 고척에서 열린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1사 1루에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태균의 결승타로 한화는 넥센에 4-3으로 승리하며 2연패 뒤 1승을 챙겼다. 뉴스1
한화 김태균(52번)이 22일 고척에서 열린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1사 1루에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태균의 결승타로 한화는 넥센에 4-3으로 승리하며 2연패 뒤 1승을 챙겼다. 뉴스1
김태균(36)은 한화의 심장 같은 선수였다. 북일고를 졸업한 2001년 한화에 입단한 뒤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서 뛴 몇 년을 제외하곤 줄곧 한화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올 시즌 김태균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김태균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정규시즌 7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5에 10홈런, 34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데뷔 이후 최소 경기 출장이었다. 4번 타자 자리도 다른 선수에게 내줬다.

11년 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는 존재감이 없는 선수였다. 19일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회 대타로 나섰으나 공 3개에 허무하게 삼구삼진을 당했다. 20일 열린 2차전에는 아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1, 2차전 패배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화를 구한 선수는 다름 아닌 김태균이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화가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초 터진 김태균의 결승타에 힘입어 넥센을 4-3으로 꺾었다.

한 감독은 이날 김태균을 5번 타선에 배치하며 “앞선 두 경기에서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 연습 타격을 보니 김태균이 괜찮아 보였다. 수비보다는 공격을 중심으로 한 라인업을 짰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2회초 무사 1루에서 상대 에이스 브리검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시동을 걸었다. 한화는 김태균의 안타를 시작으로 하주석과 최재훈의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2점을 먼저 얻었다.

해결사로서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3-3으로 팽팽하던 9회였다. 선두 타자 호잉의 출루 후 이성열의 보내기 번트 작전 실패로 1사 1루의 상황이었다. 김태균은 바뀐 투수 이보근의 초구 직구를 노려 쳐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로 연결시켰다.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이후 4028일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끈 김태균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차전과 2차전에서 각각 13개와 10개의 잔루를 기록한 한화는 이날도 경기 후반까지 공격의 실마리를 잘 풀지 못했다. 2-0으로 앞선 2회 무사 1, 2루에서는 김회성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삼중살을 기록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사상 2번째이자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3번째 나온 트리플플레이였다.

한화는 2-2 동점이던 6회초 호잉의 우월 홈런으로 다시 한 점을 앞섰지만 곧이은 6회말 실책과 폭투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1사 1루에서 김민성의 땅볼을 잡은 투수 이태양이 2루에 악송구하며 1사 1, 3루가 됐고, 한화의 4번째 투수 김범수가 폭투를 던지는 사이 3루 주자 임병욱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4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8회 등판한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1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양 팀의 4차전은 23일 오후 6시 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화는 박주홍이, 넥센은 이승호가 선발 등판한다.

한편 2차전에서 수비하다 어깨를 다친 넥센 이정후(20)는 정밀검사 결과 올시즌 남은 경기를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2회 삼중살 때 끝나는 줄 알아”▼

▽한용덕 한화 감독=정말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선발 장민재가 전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해줬다. 김태균도 자기 몫을 제대로 했다. 2회 삼중살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끝나나 보다 했는데 선수들이 개의치 않고 끝까지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이 세 번째 경기인데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 보이더라.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있으니 다음 경기부터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민재 공략법 준비 미흡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팀 에이스 브리검이 나선 경기를 놓쳐 아쉽다. 한화 선발 장민재 공략법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장민재에게 끌려가면서 경기가 어렵게 됐다. 4차전 선발은 이승호다. 어린 선수지만 앞으로 넥센 선발을 이끌어갈 선수 중 한 명이기에 큰 무대 경험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프로야구#한화 이글스#넥센 히어로즈#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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