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밤마다 폐쇄되는 톈안먼광장, 영문 모른 채 차단된 네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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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극단적 국수주의 성향이다. 후시진(胡錫進·58) 편집장은 그런 논조의 사설을 쓴다. 하지만 그가 개인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서 중국 사회 내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신선할 때가 많다.

후시진이 17일 웨이보에 톈안먼(天安門)광장에 관한 글을 올렸다. “지금 광장은 밤에 폐쇄된다. 낮에도 보안 검사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광장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극소수의 말썽꾼과 폭력 테러리스트(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광장을 지나다 생각났다. 십수 년 전 톈안먼광장은 완전히 개방돼 있었다. 어렸을 때 우리는 종종 밤에 광장에 가 연을 날렸다. 돗자리를 가져와 더위를 식혔다.” 그는 “광장의 안전 보안은 광장의 개방성을 최대로 높이는 일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며 “밤에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광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하고 광장에서 연을 날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금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극소수의 폭력 테러리스트 등 악인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리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망쳐서는 안 된다. 그들을 막기 위해 우리의 중요한 개방적 공간을 닫으면 안 된다. 광장을 더욱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후시진은 마지막에 ‘사회적 포용력’ 얘기를 꺼낸다. “사회는 사실 이런 포용력이 있다. 국가는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단결은 소수의 악인과 극단적인 방식으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다.”

그의 글은 사회 안정을 해치는 요소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중국 정부가 전방위로 사회 통제를 확대하면서 사회의 경직성이 날로 커지는 데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그가 지난달 13일 웨이보에 썼던 글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더욱 명료하게 담겨 있다.

독일의 한 극단이 중국 무대에 올린,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작품 ‘민중의 적’ 공연이 중단된 사실이 알려진 날이었다.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에 중국인 관객들이 언론 자유에 대한 통제 등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솔직한 발언을 이어가자 놀란 공연 당국이 추가 공연을 중지시킨 것이다.

그때도 후시진은 사회적 포용력을 강조했다. “(이 사건이) 사회의 전체 형세를 바꿀 수도 없고 우려할 만한 충격이 될 리도 없다.” 이 일이 중국 개혁개방 40년 국가발전 노선의 성과에 해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포용력이 없으면) 작은 일이 어떤 원인 때문에 민감한 일이 되고, 원래 별일 아닌 일이 사건이 된다. 포용력은 각종 정상적이지 않은 큰일을 작은 일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힘이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윤활제다. 반드시 포용력을 성장시켜야 한다.”

후시진의 바람과 달리 현재 중국 사회는 포용력을 잃어가는 듯하다. 톈안먼광장 관련 글은 아직 웨이보에 ‘살아’있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중국 당국의 포용력 부족을 제기한 ‘민중의 적’ 관련 글은 게재 2시간여 만에 삭제됐다. 문화대혁명 세대인 현 중국 지도부는 대내외 정책에 대한 이견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가 16일 이후 중국 인터넷에서 차단되고 있는 것도 개방성을 저해하는 경직된 사회 풍조의 확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도 사회적 포용력을 잃어가는 중국의 단면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국수주의#천안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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