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A 성적에도 왜 탈락?…美 최고 명문 하버드대 입시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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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했는데 입학 과정에 대한 석연치 않은 시선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쿠슈너가 평범한 학교 성적에도 입학한 것은 입학 직전 아버지가 하버드대에 25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것과 무관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천재라는 걸 아마 입학 사정관이 예감했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매년 ‘올 A’ 성적표와 완벽한 수능 점수, 훌륭한 추천서를 받은 하버드대 지원자들이 왜 탈락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 관련 소송 과정에서 하버드대 의사결정의 장막이 걷히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4만 명가량의 지원자 중 5%만 합격하는 하버드대의 ‘바늘구멍 입학전형’이 교직원과 기부자 자녀 등에겐 대문처럼 넓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합격의 열쇠는 4개 프로파일

법원 제출 자료와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입학 지원자를 20개 그룹으로 나눠 출신 지역별로 분류하고 4, 5명의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각 하위위원회에 배당했다. 사정관들은 에세이, 학교 성적표, 수능 점수, 추천서 등을 토대로 학생들을 평가했다. 사정관들은 ‘프로파일’이라 불리는 4개(학업, 비교과, 체육, 인성) 분야별로 1~4등급(1등급이 최고)을 매기고 의견을 적었다. 전체 총점도 매겼다. 이 점수가 합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알려졌다. WP에 따르면 2009~2015년 하버드대 지원자 16만 명을 분석한 결과 4개 분야에서 1등급이나 2등급을 하나도 못 받은 지원자는 5만5000명. 이들은 거의 대부분 탈락했다. 예술이나 수학 등에 특출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2차 전형을 거친다. 이어 40인으로 구성된 사정위원회가 하위위원회를 통과한 지원자 중 최종 합격자를 표결로 결정한다.

● 한 분야에서 특출하거나 골고루 잘 하거나

사정관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택한 과목의 수준과 교사와 다른 사람들의 평판까지 따졌다. 쉬운 과목만 골라 들으면서 성적 올리기를 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학업 분야에서 1, 2등급을 받은 지원자는 전체의 42%(대부분이 2등급), 비교과 체육 인성 분야에서는 25% 미만이었다. 학업 분야 2등급 이상은 상대적으로 많아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를 웬만큼 잘해선 합격증을 손에 넣기 힘든 셈이다. 한 분야에 아주 특출하거나 여러 능력이 고르게 우수한 ‘다면 수월성’을 가진 학생들이 유리했다. 4개 분야에서 하나만 1등급을 받은 지원자의 합격률은 비교과 48%, 인성 66%, 학업 68%, 체육 88%였다. 4개 항목 중 3개에서 2등급을 받은 지원자의 40%가 합격했다.

● 소수계 차별 넘어 ‘그들만의 리그’ 비판도

아시아계 차별 논란의 불씨는 창의적 능력, 운동 재능 등을 보유한 학생들이나 경제적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저소득층이나 아프리카계 등 소수 인종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가점인 ‘팁스(Tips)’가 제공했다. 학교 측은 “인종과 민족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도 가점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팁이 하버드대 학부 졸업생 자녀나 기부자 자녀 등 특정 계층을 위한 특혜 시비로 번지고 있다는 것. 하버드대는 2009년 이후 6년간 4644명의 동문 자녀가 지원했고 이들의 합격률은 34%로 비동문 자녀 지원자 합격률(6%)보다 훨씬 높다. 주요 기부자의 자녀 등은 ‘입학처장 리스트’나 ‘입학사정위원장 리스트’에 올려 관리했는데, 6년간 리스트에 등재된 2501명의 합격률은 비교과 1등급 학생들의 합격률과 비슷한 42%로 조사됐다. 하버드대는 “기부자 자녀 중 탈락자도 많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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