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담’ 안한다는 美… 미뤄지는 핵담판, 꼬이는 남북 시간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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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 난기류]해 넘기는 트럼프-김정은 2차회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내년으로 순연되면서 비핵화 협상 시간표도 줄줄이 뒤로 밀리거나 어그러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실무협상을 뚫어줄 정상 간 톱다운(top down) 방식의 결단 없이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가 연내 성사를 목표로 추진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남북 관계 관련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전략 수정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나친 낙관론 속 어그러지는 시간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9, 20일(현지 시간) 잇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이후라고 언급하자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중간선거 유세 일정을 이유로 회담 일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라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것. 중간선거 전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요인을 제외하면 미국으로서는 굳이 정상회담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비핵화 협상 실무팀은 ‘빈손 회담’ 비판에 시달렸던 1차 싱가포르 회담 때와 태도가 좀 다르다. 이번만큼은 비핵화 성과 없이 북한에 쉽사리 정상회담 날짜라는 당근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북제재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22, 23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 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류 속에 계속 지연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당초 청와대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르면 10월 말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종전선언 및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정부가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빅 이벤트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행 시 한미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여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선의(善意)만 믿고 낙관적인 전망하에 비핵화 로드맵을 구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은 최소화하면서 정치적 타협을 하려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편에 서서 미국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비핵화 실무 협상부터 다지려는 폼페이오

정부는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비핵화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 첫 회동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와 미측의 비핵화 이행 조치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회동 장소 같은 실무 논의조차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당초 예정에 없던 북-미 장관급 회담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런 교착 국면을 뚫어내면서 협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달 7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담한 후 구체적인 실무 협상을 비건 대표에게 맡겼지만 진척이 없자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회담을 갖고 한미 간 비핵화 협상 방안을 조율했다. 앞서 19일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협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북한과의 협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회동은 이번이 10번째.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북핵 협상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미뤄지는 핵담판#트럼프-김정은 2차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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