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사 ‘올해 친인척 전수조사’ 했다더니… 직원 “받아본적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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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파문]민노총 소속 교통공사 직원 증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얘기는 2012년부터 나왔어요. 지난 6년 동안 직원들이 친인척에게 곧 정규직이 될 거라며 무기계약직 입사를 권유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A 씨는 20일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계열 노조 소속이다. 2012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무기계약직으로 공사에 입사해 정규직이 된 직원 친인척이 많다는 게 A 씨의 증언이다.

또 A 씨는 “올해 사내에 친인척이 있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공사가 올 3월 실시한 ‘정규직 전환 직원 중 임직원의 자녀나 친인척 규모’ 조사가 부실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공사의 조사 결과인 108명보다 실제 더 많은 친인척이 공사에 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6년 전부터 친인척 권유 입사자들 만나”

공사 직원들 사이에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얘기가 처음 돌기 시작한 6년 전엔 공사가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로 분리돼 있었다. 두 회사는 그때까지 비정규직 채용이 이뤄지고 있었다. 2011년과 2012년 초 두 차례에 걸쳐 지하철 성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보안관들을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뽑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 직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시작됐고 2012년 5월 보안관들도 무기계약직이 됐다. 이때부터 공사 내부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바뀔 것이란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A 씨는 “2012년 하반기부터 공사에 다니는 친인척의 권유로 입사했다는 직원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며 “직원들이 누가 누구 ‘빽’으로 들어왔다는 얘기를 편하게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공사 내부에 친인척이 있는 무기계약직 입사자 중에는 개인 사업을 하다 실패했거나 최종 학력이 다른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A 씨는 전했다.

이는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건 2017년 7월로 미리 전환될 줄 알고 입사했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공사와 서울시의 해명과 배치된다.

A 씨는 “당시 공사 직원들뿐 아니라 전철역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도 정규직 전환 소문을 듣고 자녀에게 공사 입사를 권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말하는 게 너무 어눌한 사람이 입사해 의아했는데 나중에 ‘구의원인 아버지가 넣어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공사는 2016년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공사 직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A 씨에 따르면 그때부터 옛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실 홍보부장 출신으로 스크린도어 보수를 하던 무기계약직 임모 씨의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임 씨 등 무기계약직은 올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 “올해 사내 친인척 조사 안 받아”

공사는 올 3월 임직원의 사내 친인척 현황을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A 씨는 “올해 공사 측으로부터 ‘사내에 친인척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은 공사가 실시한 조사의 응답률이 11.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사와 서울시는 18일 국정감사에서 조사 응답률이 99.8%로 사실상 전수조사였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올해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은 전수조사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공사 측은 21일 “조사는 올 3월 각 부서에 공문을 보내 부서장이 보고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응답률과는 별개로 조사가 꼼꼼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서장이 소속 직원들에게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정부와 서울시, 공사 그리고 노조 집행부 모두 ‘정규직 전환’에만 급급해 정작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올해 친인척 전수조사#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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