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 “전기 너무 펑펑 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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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사진)이 “전기 과소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기를 쓰는 소비자가 내야 할 비용이 사회 전체로 전가되고 있다고도 했다. 과도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전기료 부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여서 향후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를 계속 전기처럼 펑펑 쓴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그는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는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 많다”며 “독일 정도로 아껴 쓰면 이산화탄소 걱정을 거의 안 해도 될 텐데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여 걱정”이라고 했다.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에 답하면서 “전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환경비용을 사회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전력요금이 산업경쟁력에 기여했지만 ‘전기 낭비’가 문제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전기 과소비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 등 현행 요금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김 사장은 “전기사업자인 저는 흥청망청 쓰는 고객한테서 많은 수익을 올린다”며 “단기적으로 좋아해야 할 일인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자력이냐 신재생이냐로 공급 측면의 토론만 무성하지만 이제 수요 쪽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 사장은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 “한전 사장인 저도 월 4000원의 필수공제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과도한 보조금 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또 “지금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16% 더 비싸게 쓰고 있다”며 “소비 왜곡이 심하지만 기업들이 갑자기 생산 방식이나 설비를 고칠 수 없는 만큼 일정 기간을 두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요금 공제제도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등에서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은 원자력업계에서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는 논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열린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토론회에서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지난해 유연탄 발전량이 전년 대비 12.9% 늘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추가로 2141만 t가량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온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가동률 등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발전원이 필요한데 유연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김종갑 한전 사장#전기 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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