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러시아가 합의 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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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1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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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냉전시대 군비경쟁 반복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Treaty) 파기를 공식화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상호 간 핵무기 경쟁을 멈추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던 양자합의가 30년 만에 완전히 깨질 위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군비경쟁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네바다주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INF 조약) 합의를 지키려고 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는 합의를 어겼다”며 “그래서 우리는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왜 협상을 하거나 (INF 조약을) 탈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2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러시아 측에 INF 조약 파기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조약 파기 결정은 러시아 및 중국에 대한 군사력 약화를 우려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작품”이라고 전했다.

INF 조약은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핵전력 폐기를 둘러싸고 체결한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중거리·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생산된 미사일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은 조약에 따라 상대국의 미사일 폐기 여부를 직접 확인·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 당시 극단적인 핵전력·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던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INF 조약은 이후 수차례 부침을 겪긴 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핵전쟁 위험을 줄이고 군비경쟁을 억제한 성공적인 무기통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INF 조약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러 간 군사경쟁이 본격 가열되며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실전 배치한 9M729 순항미사일(이스칸데르-K)을 대표적인 INF 조약 위반 사례로 꼽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일본에 배치될 예정인 미국의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등이 조약을 위반했다고 맞서고 있다.

CNN은 INF 조약이 완전히 파기될 경우 1980년대 유럽 상황과 비슷한 군비 경쟁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미 해군 장성 출신의 존 커비 CNN 군사·외교 애널리스트는 “INF 조약이 미국과 소련 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유럽 대륙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제공해줬다”며 “유럽 동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NF 조약에서 탈퇴한다고 해도 당장 뒷마당에 벙커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유럽을 중심으로 군비경쟁 및 군사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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