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 美대사 “한미 비핵화 한목소리 내야” vs 조윤제 주미대사 “항상 같은 속도일수는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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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비핵화 속도를 두고 이견을 빚는 한미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상대국 주재 대사들을 앞세워 북핵 공조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간) 일치된 입장만이 대북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조윤제 주미 대사는 “남북과 북-미의 속도가 같을 순 없다”고 했다.

○ 해리스 美 대사 “한미, 한목소리 내야”


해리스 대사는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남북대화는 비핵화와 연계돼야 하며 한국은 미국과 일치된(synchronized) 입장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조연설 말미에 방탄소년단이 장식한 ‘타임’지 표지를 들고 한미 공조를 역설하다가 “잠깐 분위기를 바꿔서 가장 큰 외교정책, 한국에 큰 영향을 주는 북한 이슈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며 “한미가 북한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a common voice)로 접근해 나간다면 평양과 판문점, 싱가포르에서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뒤 “그래야만, 그래야만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가 ‘일치’ ‘공동’이란 표현을 반복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북 속도를 맞추라고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요청한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남북군사합의서 불만 제기, 미 재무부의 국내 시중은행에 대북제재 이행 준수 경고 등 불협화음이 잇따르던 시점에 주한 미대사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앞세운다고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외교가에선 해리스 대사의 연설 전에 본국의 훈령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한미 관계가 삐걱대던 노무현 정부 때 종종 쓴소리를 하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대사가 떠오를 정도였다. 워싱턴에서 서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조윤제 주미 대사 “남북이 북-미보다 앞서 나갈 수 있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조 대사가 해리스 대사와 다른 메시지를 냈다. 조 대사는 세종연구소와 미 외교협회(CFR)가 공동주관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과정이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면서 “남북관계가 북-미협상보다 조금 앞서나갈 경우 한국이 레버리지를 갖고 촉진자 역할을 해, 북-미 협상 정체를 풀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17일 MBC 100분토론에 나와 “(한미 간) 때로는 입장에 따라서 생각이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행동으로 나올 때는 협의를 거쳐서 항상 하나의 행동으로 나오고 있다”면서도 “모든 생각까지 같다면 두 나라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의 한미 이견 보도에 대해 “한미 공조에 대해서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제 그만 걱정을 내려놓으라”며 “부부 사이에도 애들 진학 문제, 집 문제 이런 걸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2월호 기고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합의를 이루게 될 경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이란과 (2015년) 체결한 핵합의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보다 더 강력한 검증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해리스#조윤제#한미#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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