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하루 더 계시라” 깜짝 제안… 靑 “우리 사정때문에 못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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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이후]靑이 밝힌 방북 2박3일 뒷이야기

손 흔들며 작별인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2호기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군 1호기로 
방북했지만, 백두산 방문 후 귀국할 때는 삼지연 공항의 좁은 활주로 사정 때문에 기체가 작은 공군 2호기를 이용했다. 삼지연=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손 흔들며 작별인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20일 삼지연 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2호기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군 1호기로 방북했지만, 백두산 방문 후 귀국할 때는 삼지연 공항의 좁은 활주로 사정 때문에 기체가 작은 공군 2호기를 이용했다. 삼지연=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일행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관계자에게 들으니 (20일) 문 대통령이 (백두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삼지연초대소에 하루 더 머물 수 있으니 특별히 준비해 놓으라고 해 200명이 머물 수 있게 준비했고 (연장을) 한국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며 “우리 측 사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일정 등을 고려해 제안을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북한은 문 대통령이 19일 기념식수를 할 때 ‘평양 방문 기념하여 2018. 9. 18∼21’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준비해 방북 일정이 3박 4일로 하루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는 당시 “북측의 단순 실수”라고 했다.

북한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방북 당시에도 회담 일정 연장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하루 늦게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한다”고 했고 내부 논의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 김정은 손가락 하트 포즈로 ‘찰칵’

김 대변인은 20일 백두산을 찾았을 때 한국 측 요청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천지 앞에서 손가락 하트 포즈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부인 리설주는 김정은 옆에서 손으로 하트를 받치는 포즈를 취했다.

김 대변인은 “김정은이 다가와 ‘(손가락 하트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 방법을 알려줬더니 ‘이게 나는 모양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사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리설주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친해져 팔짱을 끼고 다녔다고 한다.

천지에서 내려온 두 정상은 삼지연초대소 야외 잔디밭에서 오찬을 했다. 오찬에는 들쭉아이스크림과 백두산 산나물, 천지 산천어 등 백두산 인근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나왔다.

오찬 후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그룹 총수 등 경제인들이 김정은에게 작별의 술잔을 권했다. 김 대변인은 “술을 다 마셨느냐”는 질문에 “그때그때 달랐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어 삼지연초대소 다리를 수행원 없이 걸으며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의 ‘도보다리 회동’을 재연했다. 그 모습을 보던 리설주는 “도보다리 건너가실 때 모습이 연상된다. 그때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두꺼운 옷을 미리 준비했던데 백두산에 가는 걸 진짜 몰랐느냐”는 질문에 “정말 몰랐다. 대통령 부부의 옷은 만약을 대비해 충분히 가져간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머문 시간은 총 54시간이고 그중 17시간 5분 동안 김정은과 함께했다”고 했다. 하루 8시간을 잤다면 나머지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을 함께 보냈다는 뜻이다.

○ 김정은 “서울 올 만큼 일 못 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첫날 만찬 때 김정은에게 술을 권하면서 서울에 오시라고 했더니 ‘서울에서 환영받을 만큼 아직 일을 많이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보수 야당 대표들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속 좁게 왜 그러느냐’며 유감스러워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이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데 중국보다 못 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저는 이 말이 진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만찬에선 남북의 군부 대표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평양정상회담#김정은#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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