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핵’ 폐기위한 北제재완화 중재… 韓美공조 간극 벌릴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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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이후]문재인 대통령, 다음주 트럼프 설득 나설듯

북-미가 동시다발적 비핵화 대화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비핵화를 둘러싼 숨 가쁜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함께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트럼프 측과 면밀하게 조율하지 못할 경우 한미 비핵화 공조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美에 ‘현재 핵’ 폐기 단계서 제재 완화 제안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이제는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비핵화를 실현하는 대북제재가 돼야 한다”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들이 실현돼서 남북관계에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되고 있는 대북제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서해경제특구와 동해경제특구 등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제재 완화의 조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이 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미래 핵’에 대한 불능화에 이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 등 ‘현재 핵’에 대한 폐기 단계로 이행하면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은이 핵시설 리스트 신고에 이어 핵탄두 폐기 등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행에 나서도록 설득하려면 대북제재 완화라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3일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은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일정 수준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대북제재가 돼야 한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오래된 생각”이라고 했다.

김정은 역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남북 경협 구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 조치를 조건으로 요구한 상응 조치에 제재 완화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 美 “제재 액셀 계속 밟아야”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대북제재가 계속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국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꼭 제재가 실시돼야 한다. 액셀에서 발을 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비핵화 전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이행에 나서야 종전선언 등 상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비핵화 속도전을 위해 종전선언에 이어 대북제재를 지나치게 밀어붙일 경우 한미공조 균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제재 완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도 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 허용에 이어 핵시설 리스트 신고 절차 등 추가 비핵화 조치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공개 메시지에는 10월로 추진하고 있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제안과 함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유해 추가 송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는 조치들을 협상 돌파구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트럼프#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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