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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TNT 타임] 국내 여고 골프 유망주들이 ‘방통고’에 몰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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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TNT 타임] 국내 여고 골프 유망주들이 ‘방통고’에 몰리는 이유는?

김종석기자 입력 2018-09-21 16:30수정 2018-09-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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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니어골프대회 모습
지난주 끝난 제12회 KB금융그룹배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때 일이다. 우승자인 중학생 선수를 뺀 나머지 2~4위 선수는 모두 방송통신고에 재학중이었다.

방통고 학생들이 순위표 상단을 점령한 것은 이번 대회 뿐 아니다. 4월 제20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주니어선수권대회 남고부 우승자는 제주의 방통고에 다니고 있다. 호심배대회와 드림파크배 대회 우승자도 모두 방통고에 적을 두고 있다.

지난해 호심배 대회 여자부와 제41회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대전의 방통고 소속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 골프 스타들은 일반고나 외국어고 출신이 많았다. 1990년대 후반 서문여고나 세화여고 골프부는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강세를 보였다. 그후 대원외고는 ‘얼짱 골퍼’ 최나연,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 2관왕 유소연, ‘빨간 바지 마법사’ 김세영, 김효주 등을 배출했다.

현재 골프 여자 국가대표 6명 가운데 2명은 방통고에 다니며 국가대표 상비군 9명 가운데는 절반도 넘는 5명이 방통고 학생이다.

국내 주니어 필드에 ‘방통고 바람’ 불어 닥친 이유는 뭘까. ‘정유라 사태’ 이후 지난해부터 학생선수의 전국대회 참가횟수를 제한하는 교육부 지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골프 등록선수 현황
교육부는 학생선수의 전국대회 참가 횟수를 종목별로 연간 2~4회로 제한하고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지침을 내렸다. 골프의 경우는 중고대회 출전을 연간 3회 이하로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 방학기간 최대 4개 대회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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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모든 종목에 예외 없이 이 규정을 적용을 하면서 훈련장과 경기 장소(골프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골프의 경우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게 됐다.

서울 수도권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한 골프 관계자는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이용하는 종목은 언제든 편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주말을 활용해 대회를 치를 수 있다. 반면 국내 골프장은 대부분 교외에 멀러 떨어져 있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말에는 영업을 위해 대회장을 빌려주지 않는 골프장이 대부분이다. 막대한 임대비용이 감안하면 주중에만 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고 대회가 여름방학에 집중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골프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 사이에 방통고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한국중고골프연맹 관계자는 “일반고에 다니는 골프 선수들은 출석일수 채우다 보면 제대로 훈련하기 힘든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여고생 등록 선수 가운데 20%가 방통고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통고는 한달에 두 번씩 연간 24번만 학교에 나가면 된다. 이 중 17번만 참석해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고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직접 출석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일반고보다 운동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한 골프 지도자는 “남학생의 방통고 이적은 여고생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남자 골프는 국내 저변이 열악하고 프로 투어도 활성화돼 있지 않아 일반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래야 골프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교육부는 학교장이 허가할 경우 학생 선수는 ‘출석인정결석’으로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선택적으로 실시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무리한 정책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된 셈이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종목별 현실이 반영된 유연성 있는 정책이 아쉽다. 앞으로 골프는 경기력이 저하되고 꿈나무 육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골프 선수 학부모는 “주위에서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거나 해외 유학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중고골프대회 출전 선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15년 2993명이던 연간 대회 출전 선수는 지난해 2109명까지 줄었다. 최근 5년간 골프 등록 선수도 감소 추세다. 2014년 1209명이던 남녀 고교 선수는 올해 814명으로 400명 가까이 줄었다.

여학생 선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활성화로 그나마 감소 폭이 적은 편인 반면 남학생 선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 골프 지도자는 “선수가 줄고 대회가 줄어들다 보면 결국 골프 국제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 골프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에 걸린 4개의 금메달 가운데 단 한 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아시아 경기 노 골드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대표 선수가 대부분 고교생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같은 성적표는 최근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국내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교생 골프 선수 딸을 둔 박 모씨는 “아이들이 골프와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분명 맞다. 하지만 유예 조치 없이 획일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서 안 될 일이다”고 말했다.

한 골프 전공 대학 교수는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을 멀리하게 하는 희한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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