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파견 판사, ‘헌재 내부 기밀’ 대법에 유출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부장판사-前양형위원 압수수색
“헌소 제기 사건 관련 평의 상황… 이메일로 前대법 간부에 전달”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했던 판사가 외부 누설이 금지된 헌재 내부 평의 과정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문건을 검찰이 다수 확보해 이 과정에 관여한 현직 판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일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고법부장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 및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건들 중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의 헌재 평의 논의 과정 등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최 부장판사가 헌법재판관들의 발언과 평의 진행 및 예정 상황 등을 파악해 이 전 상임위원과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한 헌재 내부 정보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5년 11월 작성된 ‘업무방해죄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이라는 청와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이 파업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판결에 대해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려 한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위헌은 법률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법 해석이나 적용이 잘못이라는 결정이어서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장판사는 △박정희 정부 긴급조치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패소 판결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판결 등에 대해 검토한 헌재 내부 자료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4년 이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에게 “해외 파견 법관을 늘려 달라”고 수차례 직접 요청했다는 외교부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은 2013년 12월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윤 장관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이 모인 ‘4자 회동’ 결과를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2013년 11월 당시 김 실장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 위법 소지가 있으니 앞으로는 외교부가 나서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로 보고한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원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에서 5년째 계류 중이던 이 사건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23일 전원합의체 회의에서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헌법재판소#내부 기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