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동아광장/한규섭]1992년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
더보기

[동아광장/한규섭]1992년 미국 대선이 주는 교훈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입력 2018-08-21 03:00수정 2018-08-21 04:11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정권 후반기 성패는 결국 경제에 달려… 문재인 정부 성적표는 4년차가 관건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을 희망하고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구직 단념자’가 54만6000명으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필자 연구팀이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를 취합해 조사 기관별 특성을 보정하고 발표하는 ‘폴랩 지지율지수’에서 같은 기간에 대통령 지지율도 약 10%포인트(73.4%→63.3%) 하락했다.

공화당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대결한 1992년 미국 대선은 경제 상황이 정부 평가에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선거로 회자된다. 1991년 초 걸프전쟁의 ‘랠리효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대통령 지지율(약 90%)이 불과 1년여 만에 30% 초반까지 급락했고 결국 부시는 재선에 실패했다. 지금까지도 1945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1992년 부시가 유일했다. 대통령 평가 기준이 ‘전쟁’에서 ‘경제’로 급변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전쟁 같은 특이 상황이 없는 한 대다수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 1992년 초 미국 인구조사국은 “미국 유권자의 약 14.2%가 ‘빈곤층’으로 분류되고, 이는 1983년 이후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1992년 미국 대선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적폐’가 최대 화두였다면 점차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검색어 입력 빈도를 기반으로 한 ‘구글 트렌드 지수’의 주별 평균을 살펴보면 2017년과 비교해 ‘박근혜’(35.4→26.9), ‘적폐’(51.8→34.4) 등은 관심도가 하락한 반면 ‘일자리’(59.9→74.5)는 상승했다. ‘경제’가 대통령 평가의 기준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갤럽은 1979년부터 매년 12월 이듬해 경기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응답자의 전망은 실제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계열적 방법론을 통해 경제성장률이 경기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후 매년 경기에 대한 전망이 경제성장률 대비 얼마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었는지 살펴보았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신뢰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모든 정부를 통틀어 보면 임기 1년 차에는 +4.3% 정도여서 경제성장률 대비 기대치보다 긍정적이었다. 반면 3년 차, 4년 차에는 이 수치가 ―4.6%, ―9.2%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조사가 매년 12월에 실시되기 때문에 임기 5년 차 수치는 취임을 앞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함께 영향을 미치는 시기여서 논외로 하자). 즉, 임기 1년 차 대비 거의 14%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평균 긍정 답변율이 약 29%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낙폭이다. 대다수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받으며 시작하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실망감만 커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다. 아마도 이러한 기조는 참여정부 시절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 듯하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4년 차의 경기전망은 경제성장률을 고려한 기대치 대비 ―13.7%였다. 같은 진보 진영의 김대중 정부(+6.9%) 4년 차 성적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참고로 4년 차 이후 탄핵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4년 차 성적도 ―16.5%로 매우 낮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였던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기대치 대비 긍정 답변 비율이 +6.7%였다. 문 정부의 경제 정책에 거는 유권자의 기대가 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4년 차 성적표가 관건이다. 1992년 클린턴 후보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제임스 카빌이 내건 유명한 선거 슬로건처럼 “문제는 바로 경제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주요기사
#일자리 정부#고용동향#일자리#경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