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韓美공조 흔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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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상시적 제재 예외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정부에 직접 반대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락사무소 설치는 제재 위반이 아니며 미국과 잘 협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불협화음이 적잖은 모양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9월 평양에서 잇따라 열리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앞두고 자칫 한미 간 공조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는 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다. 미국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목적이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정부 관계자의 설명은 청와대와 다르다. 미국이 우리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했다는 것.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예외 적용을 허용했던 것은 예술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등 일회성 행사였지만 연락사무소의 경우 예외를 통으로 한번에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규모와 상관없이 ‘상시적 (제재) 예외’가 될 첫 사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미국이 싱가포르 성명 등에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만큼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연락사무소 개소까지는 북한과의 기술적인 부분의 합의만 남은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포괄적 제재 면제’를 사전 승인한 것이라는 정부의 시각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비핵화 조치에는 진전이 없는데 먼저 움찔움찔 앞서 나가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개소식까지 하게 되면 남북관계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나. 미국이 북-미 협상은 지지부진한데 대북제재라는 협상 지렛대가 약화될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결국 미국의 문턱을 넘지 못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도 제재 예외를 요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남북 경협이나 종전선언으로 온도차를 보인 한미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이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연락사무소로 이견을 빚으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일각에선 미국이 남북 간 문제에 깊이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하에 워싱턴의 기류와 무관하게 사무소 개소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남북 합쳐 60명 정도의 인력이 상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락사무소 운영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운영 경비와 비품, 약품, 식자재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김 대변인도 “우리 정부 대표의 활동과 편의를 위한 목적에만 이 사무소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며 북한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 시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시점부터 1년이라는 기간은 남북이 이미 합의한 것”이라며 1년 내 비핵화의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하면 할수록 그들은 더 빨리 투자 개방에 따른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은 1년 안에 이 일(비핵화)을 하자고 말했고 김정은도 ‘예스(알겠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정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남북#한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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