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악수거절 무슬림… 스위스 “안된다” vs 스웨덴 “괜찮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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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질서 존중 강조하는 스위스… 시민권 불허하거나 벌금 부과
스웨덴은 면접기회 박탈 소송서 “악수만이 인사법 아니다” 판결

일부 유럽 국가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 금지가 논란이 된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인사법인 악수를 놓고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문화충돌이 벌어졌다.

스위스 로잔시는 17일 북아프리카 출신 한 무슬림 부부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악수였다. 이 부부는 친인척 이성과만 신체적 접촉을 허용하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인터뷰 과정에서 다른 이성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스위스 당국은 이들의 악수 거부는 사회 구성원들과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사회 질서와 종교적 신념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종교적 신념만큼이나 성평등 인식과 사회 질서 역시 중요하다는 게 판단의 요지다. 로잔시는 “그들이 시민권을 받지 못한 것은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성평등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그것이 법의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과거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2016년 스위스의 한 학교에서 시리아 출신 무슬림 남학생 두 명이 여성 교사와 악수하기를 거부하자 이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스위스 교육당국은 “스위스 국민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성평등 인식과 사회 통합에 관심이 많다”며 학부모에게 벌금 5000달러(약 560만 원)씩을 부과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악수가 단순한 인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사를 향한 존경 표출의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스위스 로잔시가 악수 거부를 이유로 무슬림 부부에게 시민권 발급을 거부하기 하루 전인 16일에는 스웨덴에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스웨덴 노동법원은 취업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과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면접 기회를 박탈당한 무슬림 여성이 낸 소송에서 이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무슬림 여성 파라 알하제흐 씨(22·사진)는 2년 전 스톡홀름 북서쪽 웁살라의 한 통역회사에 통역사로 취업하려고 해당 회사를 찾았다.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남성 면접원이 악수를 청했지만 그는 “종교적 이유로 악수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당황스러워 얼굴이 빨개진 면접관이 “모든 사람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악수를 해야 한다”며 면접을 중단했고 돌려보냈다. 알하제흐 씨는 회사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했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스웨덴 옴부즈맨에 신고하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악수와 같은 인사법으로만 예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원고에게 4만 크로나(약 490만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이 회사는 무슬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사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알하제흐 씨는 성차별을 면접 중단의 이유로 내세우는 회사의 항변에 대해 “나는 면접장에 있던 두 남성 면접관과 한 여성 면접관 모두에게 가슴에 손을 얹는 방식으로 차별 없이 인사했다”고 주장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이성과 악수거절 무슬림#스위스#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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