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차장이 오너보다 급여 높다고? ‘샐러리맨 신화’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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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원 이상의 임금을 받은 임직원 명단이 담긴 증권사의 반기보고서가 발표된 뒤 최고의 화제 인물은 22억2998만 원을 받은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차장(37)이었다. 월급쟁이 차장인데도 이 회사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13억1135만 원)이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 사장(20억2755만 원)보다도 급여가 높았다.

김 차장이 직접 개발하고 운용한 증권 상품인 상장지수증권(ETN)이 대박을 터뜨린 덕분에 이 같은 ‘샐러리맨 신화’가 가능했다고 알려지면서 이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차장은 게임회사와 신용평가회사 등을 거쳐 2009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투자공학부 소속 팀장으로, ETN을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차장은 ETN뿐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을 공학적으로 구조화하고 운용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증권사 파생상품 개발·운용 부서에는 김 차장처럼 공대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22억 대박’의 배경에는 김 차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TRUE 양매도 ETN’이 있다. 이 상품은 개인투자자들도 풋옵션, 콜옵션 같은 옵션 전략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코스피200지수가 한 달 동안 위아래로 5% 이내 범위에서만 움직이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동안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상장된 뒤 현재까지 84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아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줬다. 상장 이후 지난달 말 기준 수익률은 5.65%에 이른다.

김 차장 같은 고액 급여가 가능한 것은 영업 판매 결과를 철저하게 따져 성과급을 지급하는 증권업계의 특성 때문이다. 김 차장의 상반기 급여 22억 원을 살펴보면 기본급과 지난해 연차 보상비, 개인연금 등은 1억1120만 원이었다. 나머지 21억1878만 원은 본봉이 아닌 상여금이다. 지난해 성과급 12억 원에 2014년부터 3년간 발생한 성과급 중 미뤄진 9억여 원이 합쳐진 금액이다.

증권사 영업부서를 비롯해 파생상품 개발, 부동산 투자,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김 차장 같은 고액 연봉자가 많이 나온다. 이에 비해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전체 직원 2509명의 평균 연봉(연간 급여 총액)은 7751만7174원이었다. 한투증권 전체에서 김 차장보다 높은 급여를 받은 직원은 김 차장이 속한 투자금융본부를 이끄는 김성락 전무(22억5933만 원)가 유일하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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