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제한최고속도 60→50㎞ 줄이자 보행자 사망사고 8.3%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5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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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의 보도를 보행자들이 지나고 있다. 원래 차도였던 이 자리는 동대문구와 동대문경찰서가 보행자 안전을 위해 4000만 원을 들여 보도를 새로 설치한 곳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4일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의 보도를 보행자들이 지나고 있다. 원래 차도였던 이 자리는 동대문구와 동대문경찰서가 보행자 안전을 위해 4000만 원을 들여 보도를 새로 설치한 곳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00명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76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902명보다 7.2% 줄었다.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4185명보다 7%가량 감소한 38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2016년부터 목표로 설정했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00명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특히 교통약자로 꼽히는 어린이와 보행자의 사망 감소가 두드러졌다. 어린이는 18명으로 35.7%, 보행자는 684명으로 8.3% 줄었다. 노인 사망자는 754명으로 4.6%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사람은 228명에서 141명으로 38.2%나 줄었다.

정부는 올 초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대 감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가운데 보행자와 차량이 같은 길을 걷는 800여 곳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00여억 원을 투입해 보도를 설치하고 있다. 2022년까지 24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쿨존 내 차량과속을 막기 위한 폐쇄회로(CC)TV를 5777곳(올해 1155곳 포함)에 설치할 예정이다. 고령자 사고를 막기 위한 교통안전 교육, 횡단시설 설치, 심야시간 단속 강화도 효과를 봤다.

보행자 사망 감소는 속도하향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도심 일반속도의 제한최고속도를 기존 시속 60㎞에서 50㎞로 낮추고, 이면도로는 30km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최고속도가 시속 50㎞로 낮아졌다. 과속을 억제하면 보행자와 부딪히더라도 사망 가능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빛을 발했다. 대표적 사례로 광주시는 올 1월 시와 자치구, 경찰, 광주시교육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교통사고 줄이기 관계기관 협업팀’을 구성했다. 지금까지 8차례 회의를 통해 광주의 교통사고 원인을 어린이, 보행자, 고령자 등 사례별로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했다. 스쿨존을 정비하고, 불법주정차와 같은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송권춘 광주시 교통안전과장은 “올해에는 단속인력과 장비를 늘리고, 이를 위해 예산투입과 홍보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상반기 65명이었던 광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올 상반기 36명으로 44.6%나 줄였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지난해에는 6대 광역시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올해는 가장 적었다.

하지만 과제도 여전하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새 고속도로 개통이 늘면서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8.9% 증가한 126명을 기록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1.7%, 0.2% 늘었다. 버스,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도 중점 관리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 2차사고 방지대책 홍보, 9월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등을 계기로 하반기에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축 추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노인 교통사고가 많은 경동시장의 변화 ▼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일대는 행정안전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은 지역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노인 교통사고가 많은 지점들 가운데 왕산로의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와 경동시장 사거리가 각각 전국에서 1위, 3위였다.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 동대문구와 동대문경찰서가 올 5월부터 이곳을 ‘어르신 안심 안전구역(실버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상 지역은 성바오로병원 사거리와 경동시장 사거리, 약령시로, 홍파초등학교 인근 지역이다.

경찰은 경동시장 앞 왕산로의 차량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60㎞에서 시속 50㎞로 낮췄다. 왕복 2차로인 약령시로는 시속 40㎞에서 시속 30㎞로 하향됐다. 도로 노면에는 ‘노인 보호구역’을 알리는 빨간색 도색을 했다. 일반 아스팔트 노면보다 거칠어 차량의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약령시로 800m 구간에는 과속방지턱 형태의 횡단보도 7개를 마련했고, 성바오로병원 앞은 보도를 확장했다.

사업에는 서울시와 동대문구의 예산 3억700만 원이 투입됐다. 경찰이 서울시와 동대문구를 설득하고, 신속한 교통안전시설 심의로 사업 추진을 이끌었다. 사업 후 약령시로의 올 6월 평균 차량통행속도는 1년 전보다 최대 6%까지 줄었다. 왕산로도 4% 감소가 확인됐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5명이었지만 올해는 7월까지 7명에 그치며 사업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됐다.

송혜미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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