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영상녹화 조사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조사를 받던 곳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들어섰다. 올해 2월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진 지 약 6개월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10일 오전 2시까지 약 3시간 45분 동안의 대질신문에서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핵심 쟁점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김 씨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방문했을 때 ‘킹크랩’을 시연했는지였다. 김 씨는 “킹크랩 시연에 앞서 ‘20161109온라인정보보고.docx’ 문건을 먼저 김 지사에게 브리핑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그 문건을 본 사실을 인정하며 ‘경공모’(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 회원인 ‘서유기’ 박모 씨(30·수감 중)가 옆에서 김 씨를 보조한 당시 상황 등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 문건에서 킹크랩을 설명한 4번 항목 ‘킹크랩<극비>’ 부분을 제시하자 김 지사는 “본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김 씨는 ‘둘리’ 우모 씨(32·수감 중)와 김 지사 셋만 남은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이어 “김 지사에게 ‘댓글 기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내가 질 테니 허락해 달라고 했다. 김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만 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김 씨가 전 보좌관인 한모 씨(49)에게 500만 원을 건넨 사실로 내게 협박까지 했는데, 왜 킹크랩으로는 협박하지 않았겠느냐. 나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맞섰다.
김 씨는 2016년 9월 28일 김 지사가 산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옛 한나라당의 ‘댓글 기계’를 언급하며 “우리도 선플(선한 댓글 달기)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고, 김 지사가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는 “선플 운동 얘기는 있었지만 댓글 기계에 대한 발언은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14일 김 지사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김 지사로부터 올해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대선 뒤인 같은 해 6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와달라고 말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특검팀은 김 씨로부터 지난해 대선 전 송인배 대통령정무비서관에게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61)를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번 주말 도 변호사를 청와대에서 면담한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과 송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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