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야병원의 처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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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의원/오승원 지음/256쪽·1만4000원·생각의힘

몸이 아파 대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문득 동네의 조그마한 병원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친근한 이웃 같은 의사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병원.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요즘 시대에 이런 병원들은 앞으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반딧불 의원’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진료실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쓴 ‘페이크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해가 질 때쯤 문을 열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는 이상한 병원. 낮에는 생계에 쫓겨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야심한 밤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그들 삶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픔을 치유하는 감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환자들의 아픔은 곧장 사회의 환부와 연결된다. 편의점 사장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건 해마다 인상되는 최저임금과 임대료 문제 때문이다. 건설회사 영업부장의 피로감은 한국사회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잦은 술자리가 원인이다. 단순한 처방을 넘어 병의 근원을 찾으려면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자주 들어야 한다. 반딧불 의원을 나서는 환자들은 처방전을 받기도 전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그들의 편에서 공감하는 의사 덕분이다.

누군가에게 이 책은 올바른 의학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침서다. 피로는 정말 간 때문일까? 전자담배는 정말 담배보다 나을까? 비타민제를 안 먹어도 될까? 지방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인터넷, TV 등에서 쏟아지는 건강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장 광고 등 잘못된 의학 정보도 적지 않다. 사소하지만 누구 하나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았던 의학 문제들을 친절하게 풀어준다. 각 에피소드 끝에는 ‘피로’ ‘고혈압’ ‘기능성 위장장애’ 등 반딧불 의사가 진료실에서 다 다루지 못한 건강 지식들을 정리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반딧불 의원#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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