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이미지 홍보의 세계① - ‘홍보’ 사진의 탄생(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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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 많이들 보시지요. 모델들이 제품을 들고 있거나 특정 서비스를 홍보하는 이미지로 신문 경제면과 인터넷뉴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뉴스’ 사진이기는 한데 마치 광고사진과도 비슷하니 저널리즘과는 무관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이미지 홍보 사진도 뉴스사진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홍보 사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불과 20년 정도입니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D일보 경제면입니다. 경제면은 아무래도 기사 내용이 딱딱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삽화로 숨통을 터주는 편집을 하겠다는 시도를 막 시작할 때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J일보가 ‘섹션신문’을 표방하며 경제 섹션을 따로 만들었는데 많은 신문들이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전엔 경제관련 회의가 주로 쓰였는데(사진기자들 말로 시커먼스 회의-어두운 색의 양복을 입은 분들이 회의를 하기 때문), 이 즈음부터는 사회면에 쓰일 법한 농촌 스케치나 경제 현장, 외신 패션쇼 등이 주로 쓰였습니다.


▲1998년 8월 D일보 경제섹션 1면

IMF 외환위기는 한국인들에게 전쟁만큼이나 충격을 줬습니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니 신문들도 경제면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우울한 경제기사로 편집이 되던 시절이었지만, 섹션 주요 지면이 컬러 인쇄되면서 울긋불긋 사진이 선호됐고, 영차영차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 각계각층의 온갖 행사를 취재한 사진이 주로 쓰였습니다.



▲1998년 12월 D일보 경제섹션. 명동 양말가게 사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온 국민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매일 극복다짐 행사를 할 수는 없는 일. 자. 여기서 사진기자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행사가 확연히 줄었지만 이미 늘어난 컬러지면은 여전히 딱딱한 경제 정보로 채워지고, 편집기자들은 숨통을 터줄 컬러풀 사진을 원했습니다. 경제지면을 매일 5면 발행하는데, 행사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하루 1~2건으로 줄었습니다. 별 수 있나요, 카메라를 들고 시장으로, 거리로, 상가골목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매일 3~4개의 사진 아이템을 발굴하는 건 정말 고역이었죠.


1999년부터는 사진기자들이 한시름 놓게 됩니다. 매일 5꼭지 가량 경제면 용 사진을 마감해야 하는데, 구세주들이 등장한 겁니다. 바로 백화점과 호텔이었죠.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백화점과 서울 시내 각 호텔들은 자체 행사나 상품들을 홍보하기 위해, 늘 아이템에 쪼들려있던(?) 사진기자들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백화점과 호텔 홍보실은 기자들을 무지무지 싫어했습니다. 특히 카메라 기자들은 더더욱 싫어했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치의 상징으로 취급받아 주로 비판과 고발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홍보 일도 언론의 비판을 해명하는 ‘네거티브 홍보’ 업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행무상. 서서히 외환위기의 암운이 걷히면서 소비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였고, 한동안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우아한’ 소비를 열망했습니다. 백화점과 호텔 홍보실이 대폭 강화되고 사진 관련 보도자료를 돌렸습니다. 물건,서비스 등 상품이 사진으로 표현되고 지면에 실리면 바로 매출과 이어지던 시기라 경쟁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홍보실 입장에선 ‘공짜 홍보’였고 경제면 사진 아이템 발굴에 굶주린 사진기자들 입장에선 시원한 바람이었던 거죠.

이미지 홍보일은 주로 각 홍보실의 주니어 직원들이 했는데, 이 때의 홍보맨-우먼들이 지금은 시니어가 돼 현역에서 왕성하게, 주도적으로 홍보업계를 이끄는 것을 보면 당시에 이분들이 얼마나 빡세고 경쟁적으로 홍보일을 경험하고 배웠는지 가늠됩니다.
(다음회에 계속)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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