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뒤 30m 상공서 날개 분리… 기체결함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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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온, 날개 고정장치 결함 가능성
軍, CCTV 확인… 원인규명 주력
부품공급 ‘에어버스헬리콥터’… 과거 유럽서 2차례 유사한 사고
일선배치 수리온 90대 운항 중단… 순직장병 5명 일계급특진 추서

추락사고 영상 공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6항공전단 활주로를 
이륙한 지 불과 4∼5초 만에 지상 20∼30m 상공에서 추락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마린온은 마치 장난감 헬기가 부서지듯 
기체에서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갔다. 앞서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에서도 각각 2009년과 2016년 슈퍼퓨마 헬기가 비행
 도중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추락사고 영상 공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6항공전단 활주로를 이륙한 지 불과 4∼5초 만에 지상 20∼30m 상공에서 추락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마린온은 마치 장난감 헬기가 부서지듯 기체에서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갔다. 앞서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에서도 각각 2009년과 2016년 슈퍼퓨마 헬기가 비행 도중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경북 포항시 해군 부대에서 시험 비행 중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마린온)는 사고 직전 기체에서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분리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군 당국은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사고기는 이륙 직후 4∼5초간 상승하다 주회전날개가 갑자기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했다. 지상 20∼30m 상공에서 헬기 날개가 통째로 분리된 것이다. 주회전날개의 고정장치 결함이나 정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병대는 사고 직후 활주로에 떨어진 주회전날개를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4엽으로 이뤄진 주회전날개의 날개 1개는 분리돼 추락한 동체에서 20여 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희생자 유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헬기가 뜨자마자 로터가 빠져서 프로펠러가 날아갔고 곧바로 추락했다”며 “초동 화재 진압을 못 했고, 15분이 지나 소방서에서 와 화재를 진압했는데 그사이 탑승자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6항공전단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서 분리된 메인로터(주회전날개) 뒤로 사고 헬기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6항공전단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서 분리된 메인로터(주회전날개) 뒤로 사고 헬기의 잔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이번 사고는 2009년과 2016년에 각각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슈퍼퓨마 헬기 의 추락사고(두 사고 모두 탑승자 10여 명 전원 사망)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사고 모두 비행 중 주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발생했는데 주회전날개의 동력 전달을 담당하는 기어박스 내 일부 기어가 피로 균열로 파괴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슈퍼퓨마의 제작사인 에어버스헬리콥터는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기술제휴를 맺고 부품 등을 공급해왔다.

해병대와 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사고기에서 주회전날개가 분리된 원인을 밝혀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마린온은 국산기동헬기(KUH-1·수리온)를 해병대용으로 개량한 파생형 기종이다. 기체는 물론이고 엔진과 회전날개, 항법장치 등 대부분의 주요 부품이 동일하다. 수리온은 2012년 말 전력화 이후 엔진 계통과 부품의 파손 및 결함 등 크고 작은 사고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수리온 감사 결과 비행 안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면서 당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해병대는 이날 사고로 숨진 장병 5명에 대해 일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육군은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일선 부대에 배치된 수리온 90여 대의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사고 이틀째를 맞은 포항 해병대 1사단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유족과 장례 절차 및 분향소 마련 방안 등을 협의했다. 일부 유족은 사고 원인 규명 때까지 장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해병대는 전했다. 사고로 중상을 입은 정비사 김모 상사(42)는 울산대병원에서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부대 측은 “의식을 찾았지만 안정을 위해 수면유도 상태로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가 수리온의 해외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AI는 필리핀과 수리온 11대(약 2500억 원) 수출 계약 체결을 앞둔 상황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번 사고가 수리온 수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 대구=박광일 기자

#마린온#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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