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간부들 태도 틀려먹었다” 또 ‘버럭 시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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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발전소 건설현장 등 찾아 노동신문 9개면 걸쳐 ‘격노’ 보도
주민들에 ‘민생 챙기기’ 이미지 부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17일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시찰에서 김 위원장은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내각과 당 지도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 어랑천 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17일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시찰에서 김 위원장은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내각과 당 지도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휴양소 목욕탕의 욕조가 어지럽고 침침하고 비위생적이다. 양어장들의 물고기 수조보다 못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온천으로 유명한 함경북도 온포휴양소를 찾아 이렇게 일갈했다. “(김일성) 수령님과 (김정일) 장군님의 업적을 말아먹고 죄를 짓게 된다”고 꾸짖기도 했다. 이달 초 북-중 접경지역인 평안북도 일대 경제시찰에 나섰던 김정은이 이번엔 러시아와 접한 함경북도 일대 시찰에 나서 ‘대단히 격노’한 것을 노동신문이 17일자 1∼9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정은은 1981년 건설 시작 후 38년째 완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랑천 발전소를 찾아선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라고 했다. 이어 평소 현장에는 안 나오다가 “준공식 때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며 내각 등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청진 가방공장을 찾아선 “태도가 매우 틀려먹었다”고 했다.

김정은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을 태우고 왔던 만경봉 92호를 건조한 청진 조선소를 찾아선 “새로 계획하고 있는 현대적인 화객선을 건조하는 사업을 이곳 조선소에 맡길 것을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크루즈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새 전투함선을) 몸소 시험 항해도 해보시면서”라고 신문은 전하기도 했다.

북한이 전날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사면을 밝힌 데 이어 이날 경제 현장을 독려한 것은 탁상행정을 부각시켜 관료들을 질책하는 한편 민생은 각별히 챙기는 지도자 모습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간부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수첩에 지시를 적는 반면, 일선 근로자들은 환하게 웃는 김정은의 팔짱을 낀 채로 기념촬영을 한 사진이 북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 시점을 보면 이번 함북 시찰이 13∼16일 이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도 함북 나진, 선봉을 13, 14일 다녀왔다. 북방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북한 철도성과 지역 당 관계자만 만났다. 김 위원장의 시찰은 몰랐다”고 했다. 김정은은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위해 국제기자단이 원산을 찾았을 때도 인근 지역의 경제시찰에 나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김정은#간부들 태도#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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