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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여성들 성폭행 당한지 열달,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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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여성들 성폭행 당한지 열달,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됐다

전채은 기자 입력 2018-07-18 03:00수정 2018-07-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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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받지 못한 탄생
미얀마 군인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로힝야족 여성이 지난달 25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난민캠프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안고 앉아 있다. 과부인 이 여성은 이웃들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 입안에 스카프를 넣고 신음 소리를 삼키며 몰래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콕스바자르=AP 뉴시스
미얀마에 살던 로힝야족 14세 소녀 하시나(가명)는 지난해 자신의 집에서 미얀마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시나와 그녀의 가족은 도망치듯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캠프로 삶터를 옮겼다. 하지만 한 가지 시련이 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개월이 지나도 하시나는 생리가 없었다. 캠프 내 이웃들에게 들킬까 두려워 스카프를 겹겹이 둘러봤지만 배는 부지런히 불러왔다. 하시나는 5월 동그란 얼굴에 눈이 작은 여자아이를 낳았다.

로힝야족 여성들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의 일환으로 지난 3개월간 여성을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에서 HRW 인터뷰에 응한 로힝야족 여성 52명 중 절반 이상인 28명이 미얀마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HRW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아 로힝야족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군의 성폭행은 결혼 여부와 자식 유무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드레디아(가명)는 미얀마에서 남편과 함께 자식 셋을 키우는 단란한 가정의 어머니였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들이닥친 미얀마 군인들은 아들을 구타하고 드레디아를 성폭행했다. 이들이 남긴 것은 배 속의 아이와 오른쪽 젖가슴 위의 선명한 잇자국. 구타당한 두 살 된 아들은 결국 숨졌다. 얼마 전 드레디아는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드레디아는 성폭행 피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공동체 문화 탓에 처음에는 남편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기고 “구타당하기만 했다”고 둘러댔다. 로힝야족의 성폭행 피해자들은 성폭행에 더해 ‘피해자’라는 낙인과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임신한 여성들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도 생긴다. 싸구려 낙태약을 하혈할 때까지 먹는 방법도 횡행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캠프의 조산사 아크터 씨는 “성폭행으로 임신한 한 여성이 민간요법으로 낙태를 하다 자궁에 나무 막대기가 박힌 채 병원을 찾았지만 결국 숨졌다”고 말했다. 구호단체들은 당초 이맘때쯤 출산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출산율에 가파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어 다수의 산모들이 임신을 ‘은밀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성폭력 전문가 대니얼 카시오 씨는 “많은 산모들이 임신 중에, 혹은 분만 중에 사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얀마군은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1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 학살과 성폭력, 고문은 없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미얀마군은 꾸준히 로힝야족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 학살과 방화 등 인종청소를 자행해 왔다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880년대 영국이 미얀마를 식민 지배하던 시절에 지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미얀마에 유입시킨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독립 이후 ‘불법 이민자’로 박해를 받아 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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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여성들#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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