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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8월호/단독 인터뷰] 혁신비대위원장 확정…‘한국당 멘토’ 김병준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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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8월호/단독 인터뷰] 혁신비대위원장 확정…‘한국당 멘토’ 김병준 전 부총리

허만섭 기자 입력 2018-07-16 20:10수정 2018-07-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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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보수’를 위한 제언

● 진보 ‘상생-평화’ 선점
● ‘성장-안보’ 식상
● 제3의 가치 제시해야
● 투명하고 맑은 보수로
● 노무현 사람? 새 생각 수용을
지호영 기자
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에서‘궤멸’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혁신’과 ‘비상대책’을 위해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안상수 의원)를 꾸렸고 비대위원장후보로 5명을 압축했다.

그러면서도 분열상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7월 12일 비대위원장후보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는 계파 간 내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누드사진 막아줬더니” 같은 말도 나왔다.

이런 진통을 거친 끝에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전 청와대 정책실장·국민대 명예교수)가 7월16일 저녁 자유한국당의 혁신비대위원장으로 확정됐다. ‘신동아’는 김 전 부총리가 한국당과 보수정치의 미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한국당 멘토’로도 통하는 그는 비대위원장후보의 맨 앞자리에 거명된 뒤로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 “그 말 했다고 욕 되게 하더라”


요즘 잘 지내시는지…

“잘 지내기는 뭐, 시끄러워서. 몸은 잘 지내죠. 편해요.”

JP 문상 간 것, TV에서 잘 봤습니다.

“그 말 했다고 욕 되게 하더구먼.”

주요기사

김 전 부총리는 6월 26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JP가 안 계셨으면 김대중 정권이 성립되기 힘들었고 이후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도 성립되기 힘들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를 찾지 않은 것에 대해 “보수 쪽이 무너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끌어안아 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절제된 언어’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다. 그래서 ‘막말’과 ‘색깔론’으로 이미지가 굳은 기성 보수 정치인들과 다소 차별화된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큰 그림에서.

“(웃음) 지금 뭐라 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제가 어떤 말을 하든 여러 말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라…. 좀 지나고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그래도 한국당 문제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지금 말해준다면….

“사실 걱정이 되죠. 국가가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되는데 한쪽이 무너져도 너무 무너졌어요. 이렇게 균형이 안 맞으면 서로 무리가 와요.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주죠.”

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치권이 왜 너무 무너졌을까요?

“진보다 민주당이다 하는 양반들은 그래도 어떤 ‘가치’를 점유하고 있어요. ‘상생’ ‘평화’ ‘환경’ 하는 가치를 점유하고 있고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여권이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도 ‘평화’라는 가치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이겠죠.

“그렇죠. 그 가치를 실현시킬 능력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고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다르다?


“평화라는 가치를 생성시킨 사람들은 지금 집권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죠. 직접 만들지 않고 기획하지 않은 것이므로 현 집권층에 실현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죠. 이 가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져온 겁니다.”

○ ‘가치’와 ‘미래적 이미지’ 부재

지호영 기자
지금의 집권층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분리해서 보는 건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화에 대한 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단 말이죠. 그 평화가 단순히 (남북) 대화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안 거죠. 자기가 만든 가치니까. 노무현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에다 ‘플러스 알파’로 ‘단단한 국방’을 추구했어요. 제주해군기지를 만든다든지 병력을 증강한다든지. 이런 실천적 전략까지 갖고 있었죠. 반면, 현 여권과 진보 진영은 그렇지 않거든요. 이분들은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했단 말이죠.”

여권이 상생이라는 가치도 점유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죠. 상생이 좋은데 이를 실현시킬 전략이 없어요. 그러니 최저임금이다 뭐다 해서 오히려 상생의 기저가 더 파괴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죠.”

김 전 부총리는 “그러나 실현 능력과 무관하게, 여권이 어떤 가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당의 문제는 ‘가치의 부재(不在)’에 있다?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과 자유한국당은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 성장, 경제 발전이라는 가치 틀을 유지해 왔어요. 이게 어느 정도 충족됐잖아요? 그러면 어떤 다른 가치를 국민에게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못 한 겁니다. 안보라는 가치를 내놓았는데, 안보는 결국 평화를 지향하죠. 그런데 한국당 식 안보로는 한반도 긴장이 심화된다고 여겨지게 됐어요. 결국 한국당과 보수정치권은 미래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실패한 것이죠.”

미래적 이미지를 지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어떤 차이를 부르나요?

“어떤 좋은 이미지를 지닌 여당이 야당을 비판하면, ‘아, 저런 가치 때문에 비판하는구나!’ 하고 국민이 이해해요. 반면, 좋은 이미지가 없는 야당이 이런 여당을 비판하면, ‘대안 없는 비판’ ‘빈정거림’으로 들리죠. 이것이 젊은 세대에게 실망을 준 것이죠.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를 분명히 내걸고 이것을 추구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해요.”

○ “장하성 실장이 앉히네 마네 해”

진보적 가치와 차별화될 수 있을까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상당한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죠. ‘민주당이 내건 모든 가치가 역사의 방향에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맞지 않는 게 많죠. 야당이 이야기할 수 있는 가치들이 그야말로 얼마든지 있어요. 야당은 자신들이 역사에 뒤처진 집단이 아니라 앞서가는 집단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정책적인 것들?

“정책은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위 수단으로 나오겠죠. 가치는 그 이전에 국가가 가야 할 큰 방향과 관련된 것이고요.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와 진보라는 사람들이 흐르는 방향이 밖으로는 분권(分權)이다 하지만 분권이 아니거든요. 국가주의(※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는 사상 원리) 성격이 강해요. 감찰기구와 감독기구를 이용해 국가가 적폐청산을 혼자 다 하려 한단 말이죠. 각 분야가 스스로 부조리를 정화할 자율 시스템을 갖도록 하는 것이 역사의 바른 방향인데, 이 정부는 권력기관으로 들이치면서 국가가 기획하고 주도하는 틀을 여전히 갖고 있어요.”

자율이라는 가치가 필요하다?

“자율, 기회 균등, 공정이 실제론 보수적 가치거든요. 한국당은 지금까지 이런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어요. 거꾸로 권력과 유착돼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줬죠. 이런 이미지와 단절해야 해요. 이어 국가에 의한 강제가 아닌 자율, 기회 균등,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요.”

○ 자율·공정·투명

2016년 11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으로 출근하는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한국당은 적폐의 본산이므로 계속 심판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 사회엔 쌓이고 쌓인 폐단이 많습니다. 지금 정부처럼 검찰 권력으로 때려잡아야 하느냐, 아니면 사회의 자율정화 능력을 키워야 하느냐에 대해 토론해야 해요. 권력으로 다 하겠다고 하면, 그 권력은 절대 권력이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고요. 벌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누구를 앉히네 마네 하잖아요. 이것도 권력적 적폐 아닙니까? 자기들은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정당할 수 있죠? ‘나는 권력을 쥐면 선하게 행사하고 너는 권력을 쥐면 악하게 행사한다’가 아니라 권력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학계와 언론계가 토론하지 않는 게 아쉬워요.”

한국당 내의 인적 청산 문제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더 이상 이야기드리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인적 청산과 혁신을 놓고 친박근혜계와 복당파는 내분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한국당이 분당되거나 한국당을 대신할 보수 정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전체의 절멸 가능성’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지금의 보수진보 논쟁은 일종의 패싸움”이라면서 다른 각도로 봤다. “사상적 이념적 논쟁이라기보단 그냥 싫은 거죠. 박근혜가 무너지고 박근혜의 행동이 창피하고 마음에 걸리니까 ‘난 진보다’ 하는 것이고요. 진보에서 실수가 나오면, 당연히 나오겠죠, ‘나는 보수다’ 하겠죠.” 보수 절멸 가능성을 너무 심각하게 볼 것까진 없다는 취지다.


어쨌든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촉발됐으니 보수는 부정부패와 절연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투명성이죠. 정책 결정의 투명성, 회계의 투명성. 권력 행사의 투명성. 투명한 데엔 그런 게이트가 못 끼어들어요. 정보기술이 발전했으므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고요. 문화, 제도, 법에 이르기까지.”

혁신의 제1 과제는 투명성이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국민과 관계자들의 역할과 권리의식이 저절로 높아지죠.”

투명하고 맑은 보수로 거듭나라?

“그럼요. 투명하고 맑은. 여기에다 조금 전 이야기한 공정과 자율까지. 이런 담론이 뜨겁게 일어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야죠.”

김 전 부총리는 보수정치권을 향해 전통적인 성장-안보 담론을 넘어 투명-공정-자율 같은 제3의 가치를 담은 미래적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제안한다.

○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닥쳐오는데…”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책임총리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친박근혜계 일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내의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진영을 넘어, 새로운 생각에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걸 따져 무얼 하겠는가?”라고 했다.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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