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기적’ 이룬 302g 초미숙아 사랑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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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독으로 6개월만에 태어나… 장기 미성숙 생존확률 1% 극복
집중치료 다섯달만에 무사 퇴원… 국내 초미숙아 생존 기록 바꿔

1%의 생존 가능성을 이겨내고 퇴원하는 사랑이를 엄마 이인선 씨(왼쪽)와 아빠 이충구 씨가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제공
1%의 생존 가능성을 이겨내고 퇴원하는 사랑이를 엄마 이인선 씨(왼쪽)와 아빠 이충구 씨가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제공
“아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살 수 있는 가능성은 1% 미만입니다.”

올해 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의사의 말을 들은 이인선 씨(42)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임신중독증이 심해져 배 속에서 자란 지 겨우 6개월 된 아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이날은 남편 이충구 씨(41)의 생일이었다.

결혼 후 2년간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수정을 시도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임신에 성공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었다. 그런 딸 사랑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임신 24주 5일 만에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세상에 나오다 보니 출생 당시 사랑이의 몸무게는 302g, 키는 21.5cm에 불과했다. 국내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았다.

태어난 지 이틀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랑이가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제공
태어난 지 이틀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사랑이가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제공
미숙아들은 호흡기계, 위장관계, 면역계 등 신체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다. 사랑이 역시 처음에는 숨을 쉬지 못했다. 의료진은 사랑이가 살아가야 할 인큐베이터를 엄마 배 속처럼 유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일주일째 큰 고비가 찾아왔다. 사랑이의 몸속에 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지게 된 것. 인큐베이터 습도 등을 조절해 가까스로 몸무게를 유지시켰다. 서울아산병원 정의석 신생아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어 긴장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간절함도 사랑이를 버티게 했다. 미숙아는 장기가 약해 사용하게 되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입으로 영양을 섭취해도 장이 제 기능을 못해 썩게 된다.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였다. 임신중독으로 고통 받는 몸을 일으켜 세워가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랑이에게 모유를 먹였다.

모두의 간절함과 사랑 덕분에 사랑이는 두 달 만에 600g까지 자랐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적인 호흡도 가능해졌다. 5개월여 동안 수많은 위기를 딛고 신생아 집중 치료를 견딘 사랑이는 어느덧 몸무게가 3kg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12일 퇴원했다. 사랑이를 품에 안고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퇴원한 이 씨는 “결국 사랑이가 사랑의 기적을 일으켰답니다”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사랑이#서울아산병원#초미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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