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위가 반대한 ‘근로자 추천 이사제’도 다시 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취임 두달 간담회… 금융권에 ‘선전포고’


‘강성 개혁파’로 통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5월 8월 취임 이후 금융권의 예상과 달리 외부 활동과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두 달 뒤인 8일 윤 원장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와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당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금융권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취임 당시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김기식 전 원장)를 피하려다 호랑이(윤 원장)를 만났다”고 평가한 한 국회의원의 말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윤 원장이 내놓은 ‘금융감독 혁신 17대 핵심 과제’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처럼 금융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방안들이 있는 데다 금감원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과제도 적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 금감원-금융위 충돌 예고

윤 원장은 이날 금융사를 향해 “폐쇄적 지배구조와 부실한 내부 통제로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고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2015년 폐지한 종합검사를 4분기(10∼12월)에 다시 시작하고 내년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제를 집중 점검하는 ‘전문검사역’을 신설하는 것은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를 대상으로 영업, 인사, 경비 집행 등 경영 실태 전반을 샅샅이 검사하는 제도다. 윤 원장은 “검사 결과 불건전 영업행위 등이 적발되면 기관과 경영진에 대해 영업정지, 해임 권고 등 엄중한 제재를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노조나 근로자가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로, 윤 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해왔다. 윤 원장은 이날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추진하겠다”며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뜻을 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당국 간의 의견 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윤 원장은 고의 분식으로 판단해 중징계를 내린 ‘원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수정 조치안을 제출하라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요구에 대해 거부 방침을 공식화한 셈이다.

○ ‘금융 검찰’, ‘회계 감시’ 역할 강화

윤 원장은 금융회사 대주주와 계열사 간의 부당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 점검해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보험사가 과다하게 보유한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에 대해 위험도를 평가해 자본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고 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생명에 대해 윤 원장이 다시 한 번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기업의 회계 부정을 밀착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규모와 시가총액을 고려해 50대 기업을 선정했다. ‘1인 1사’ 방식으로 담당자를 정해 공시 내용과 주가 흐름에 대한 점검을 이미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이 직접 금융회사나 개인의 계좌를 추적하고 업무 관련 이메일 등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검찰’로 통하는 금감원의 권한을 강화해 회계 감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윤 원장은 은행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금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기한이익 상실’(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않아 금융사가 대출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 시점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윤석헌#금감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