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미래 이력서’ 한번 작성해보는 것 어떨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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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2018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회사에서는 전반기를 돌아보고 하반기에 해야 할 일을 점검한다. 10월이 지나면 한 해를 돌아보고, 2019년을 계획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마감일이 있다. 매달 혹은 분기별로 마감을 하기도 하고 기간 내에 성취해야 할 몫이 주어진다. 마감은 스트레스를 주지만 동시에 일을 제때에 마무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는 보통 마감일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마감일로부터 역순으로 시기별로 끝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미리 계획해 놓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물론 마감일까지 대책 없이 지내다가 마지막에 허둥지둥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할 것이다.

마감이 직장일이 아닌 직장인의 성장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의 기업전략 컨설턴트이면서 독특하게 대통령 선거와 주지사 선거 캠페인을 이끌고 자문한 경험을 가진 도리 클라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직장인의 커리어를 위한 캠페인 전략’이라는 글을 통해 선거전략으로부터 직장인이 참고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쓴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정치인들은 선거가 끝나면 바로 다음 선거를 마감일로 정해 놓고 이를 다시 달별로 세분하여 해야 할 활동과 성취해야 할 목표를 정해 놓는다고 한다. 상당한 시간을 앞두고 세부적인 마감일을 정해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클라크는 선거 캠페인으로부터 직장인이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뚜렷한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목표의 예로 승진을 들고 이를 위한 전문성 습득 등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반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승진이란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여러 변수가 많다. 그보다는 전문성 습득을 목표로 하고 승진은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만난 직장인 중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보상 전문가’를 자신의 커리어 목표로 삼은 사람이었다. 그는 카드회사에서 카드 이용자에게 주는 각종 보상 프로그램 디자인을 하다가, 인사부로 옮겨 직장인들에게 주는 보상 및 복지 프로그램 설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정해 놓은 부서나 직책으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정해 놓고, 이를 다양한 기회와 각도에서 경험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승진을 목표로 삼게 되면 직장 생활이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경쟁자를 이기는 데에만 신경 쓰다 보면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구축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전문성을 중심으로 노력하다 보면 운이 좋아 승진을 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원하는 승진이 안 되더라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무엇인가 해볼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목표가 생기게 되면 관련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찾아보게 되고,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생각도 하게 되며, 인터넷을 찾아볼 때에도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의 자료를 찾게 된다. 관련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다른 기업이나 산업에 있는 전문가와의 만남도 가지면서 자기만의 전문성을 확고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클라크도 조언하듯 자기 커리어의 마감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좋은 방법은 미래 이력서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만일 37세의 직장인이라고 생각해보자. 보통 25세 전후에 직장에 들어와 50세 즈음에 퇴직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딱 중간 지점에 와 있는 나이이다. 45세까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전문성이 있다면, 매해 자신이 전문성을 위해 경험하거나 배워야 할 것을 역순으로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책 제목 중에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것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의부터 회식까지 정신없는 삶을 사는 직장인에게 장기적인 생각은 때론 사치일 때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직장인이 그렇게 살아왔다. 은퇴 후나 퇴직이 다가올 때쯤 직장인으로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운 여름에 시원한 카페에 가서 미래의 이력서를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직장인으로서, 30대로서 혹은 40대로서 마감이 다가오기 전에 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직장 생활#직장인#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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