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당선된 문돌이”… ‘탄돌이’ 연상에 靑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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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수석, 회의중 ‘탄돌이’ 빗대 표현… 문재인 대통령 인기 덕에 與압승 인식
노무현 前대통령 탄핵 역풍 타고 당선된 ‘탄돌이’
독선적 행태로 여론비판 받아
여권내부 “반면교사 삼아야” 경계

“이번에 당선된 ‘문돌이’….”

6·13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린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지방선거 이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발언하던 한 수석비서관은 이같이 말했다.

‘문돌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당선자들을 여권, 특히 청와대 주변에서 부르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덕분에 당선됐다”는 뜻에서 따왔다고 한다.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108명의 초선 의원들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역풍 덕분에 당선됐다”며 ‘탄돌이’라고 불렀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절반이 넘는 153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지방선거 뒤 정치권 일각에서 농담처럼 나오기도 했지만, ‘문돌이’라는 표현이 문 대통령이 참석한 청와대 공식 회의석상에 등장하자 몇몇 참모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당선자들도 그 나름대로 지역구에서 노력했는데 정작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해 당선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지방선거 당선자들을 ‘탄돌이’에 빗댄 ‘문돌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정권의 덕을 본 무임승차자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의 개인기가 (지방선거) 결과를 만들어냈다 말씀하실 분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돌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은 물론 비서관, 행정관급도 참석하는 회의에서 ‘문돌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적잖이 당혹스러웠다”면서도 “다른 참석자들이 이 표현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자연히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문돌이’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 요인과 대응 방안을 놓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당선자들이 대통령 지지율 덕을 본 것은 사실인 만큼, 이들이 나중에 독선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행여 토착 비리와 연루될 경우 문재인 정권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대거 여의도에 입성한 ‘탄돌이’들이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다가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선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감시 강화와 토착 비리 근절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여권 관계자는 “오만과 독주라는 딱지가 붙은 ‘탄돌이’ 이미지가 10년 가까이 진보 세력의 발목을 잡았다”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과도하면 소모적 정치논쟁이나 내부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탄돌이#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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