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논두렁 시계’, 원세훈이 언론에 흘리라고 검찰총장에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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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25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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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를 기획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차 부인하며 배후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지목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부장은 25일 기자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7일 저는 언론에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검사로서 소임을 다하였을 뿐이고, 수사에 있어서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으며, 만일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 귀국하여 조사를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며 “그런 저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이 저에게 직원을 보낸 것 이외에 임채진 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였다가 거절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일주일쯤 지난 2009년 4월 22일 KBS는 저녁 9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시계수수 사실’을 보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보도가 나갈 당시 원세훈 전 원장의 고교후배인 김영호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등과 저녁 식사 중이었고, 보도를 접한 뒤 욕설과 함께 원세훈 전 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2009년 5월 13일 SBS에서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보도했다. 저는 국정원의 소행임을 의심하고 검찰이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4월 22일자 KBS 뉴스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하여 이루어 진 것을 확인했다. 또한 그 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의 보도 내용, 원세훈 전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 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부장은 지난해 11월에도 입장문을 통해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을 보내 시계 수수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고, 자신은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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