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8일’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 발견…풀 등으로 덮어 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4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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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첫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빠친구’를 만나러갔던 여고생이 실종 8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가 아빠친구 고향마을 뒷산 반대편 7부 능선 지점인 가운데 아빠친구의 계획적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4일 전남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김모 씨(51)의 고향마을인 강진군 도암면의 한 마을 최고 250m높이 뒷산 반대편 7부 능선에서 실종된 A 양(16)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암매장은 아니지만 풀 등으로 덮어 있어 사람들 눈에 띠지 않게 위장돼 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키와 체격으로 볼 때 A 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A 양 실종된 16일 오후 2시경부터 두 시간 반 동안 고향마을 뒷산 농로에 승용차를 주차했다. A 양의 휴대전화는 인근 지역에서 꺼졌다. 경찰은 김 씨가 살았던 집과 가족 묘 터를 파고 실종 당일 그가 이동했던 도로구간 20㎞ 주변의 풀 제초작업을 벌였다. 또 이동구간에 있던 저수지 3곳에 대한 수중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A 양 시신은 실종 9일 만에 김 씨 승용차가 주차된 농로에서 1㎞정도 떨어진 야산 반대편 200m 높이 지점에서 발견됐다. 해당 지점은 고향마을에서 가까운 야산 오른쪽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밀감식을 통해 A 양이 숨진 정확한 경위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계획적인 범행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의 휴대전화는 16일 오후 1시 50분 강진읍내에서 꺼졌다. 전원이 꺼진 시각은 동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A 양(16)을 만나려 출발한 때다. 이후 휴대전화는 같은 날 오후 6시경 다시 켜졌다. 김 씨가 귀가 후 승용차를 세차하고 옷으로 보이는 천을 태운 후 휴대전화 전원이 켜졌다.

김 씨는 또 지인과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메신저도 했다. 김 씨가 같은 날 오후 8시경 자신의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것으로 추정됐다. 김 씨가 A 양을 만날 때 휴대전화를 놓고 간 것이 아니라 소지한 채 일부러 전원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김 씨는 16일 오후 11시경 A 양의 엄마가 ’딸이 어디갔냐‘고 묻기 위해 집 초인종을 누르자 가족들에게 ’불을 켜지 말라‘고 하며 달아났다. 김 씨는 17일 오전 6시 집에서 1.5㎞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당일 두 사람의 이동경로가 일치하는 가운데 김 씨는 왕복 4차로 새 도로를 두고 왕복 2차로 옛 도로를 이용했다. 새 도로에는 이동구간 40㎞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10여 개 설치돼 있지만 옛 도로에는 방범용 CCTV가 없다. 경찰은 옛 도로 주변에 설치된 주택과 가게 CCTV로 김 씨의 승용차 이동경로를 확인했다. 경찰은 김 씨가 옛 도로로 이동한 것은 방범용 CCTV를 사전에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의 승용차가 두 시간 반 동안 주차된 농로에 차량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나왔다. 김 씨는 간혹 개를 구입하기 위해 고향마을을 찾았다. 하지만 농로 주변은 민가가 없는 야산 경계이어서 주차할 이유가 없다. 목격자 마을주민(50)은 경찰에 “김 씨의 승용차가 여고생 실종 당일은 물론 며칠 전부터 자주 보여 수상하다고 생각해 차량번호를 적었다”고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친구 딸인 A 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겠다고 유인한 정황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을 유인했다는 것을 직접 입증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분석결과가 이르면 25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계획적으로 A 양을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강진=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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