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문제의 해결사였다”…‘JP 별세’ 日도 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4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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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파이프(가교) 역할을 했다.”

“한일 외교 문제의 해결사였다.”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소식은 주말 내내 일본에서도 주요 뉴스가 됐다. 일본 언론들은 ‘지일(知日)파’ 정치인이었던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한일 양국에서의 활약상 및 발자취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주역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 등은 김 전 총리가 한일 정치사에서 양국을 잇는 파이프(가교) 역할을 했고 양국에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해결사를 자차하며 문제를 풀어갔다고 평가했다. 또 고인의 별세는 한일 관계에 있어 한 시대의 종언을 상징한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전 총리가 주도했던 ‘한일국교정상화’(1965년), ‘김대중 납치 사건’(1973년) 등 한일 정치사의 대표 사건들을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국교 정상화의 길을 열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1962년 당시 김 전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고(故)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당시 외무상과 두 차례 회담을 통해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등 총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유·무상 경제 지원을 받는 틀을 정했다”며 “한일 관계를 개선해 한국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도 합의 사항을 담은 ‘김종필-오히라 메모’에 대해 “한일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전 총리는 한국을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한강의 기적’의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일본 언론들은 김대중 납치 사건도 언급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고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일본에 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와 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 도쿄신문 등은 “박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에 가담해 일익을 담당했다”며 “김 전 총리의 공적에는 여러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아베·나카소네 등 日 정치인들 애도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에 원로, 현역 가릴 것 없이 까지 일본 정치인들은 잇달아 애도를 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3일 “오늘날 한일 관계의 초석을 쌓았고 그 후의 관계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를 표했다.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아 왔다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오랜 친구를 잃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다”며 “우정에 감사하며 진심으로 명복을 빌어 주고 싶다”고 애도했다. 이 밖에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회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애도를 표했다.

김 전 총리는 한일 의원 연맹 회장을 두 번 맡으며 일본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아사히신문은 마치다 미쓰구(町田貢) 전 주한일본대사관 공사의 인터뷰를 통해 “차분하고 지적인 김 전 총리의 인품에 일본 정치인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고노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2년 전 김 전 총리의 서울 자택을 찾았을 때 김 전 총리가 “1998년 한일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2018년에 일본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보도하기도 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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