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업계 ‘인종·성 문제’에 ‘무관용 원칙’ 칼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4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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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넷플릭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 조너선 프리드랜드가 ‘흑인 비하 발언’으로 전격 해임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그는 “지도자는 흠이 없어야 한다”며 “사랑하는 회사에 혼란을 야기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적었다.
전 넷플릭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 조너선 프리드랜드가 ‘흑인 비하 발언’으로 전격 해임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그는 “지도자는 흠이 없어야 한다”며 “사랑하는 회사에 혼란을 야기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적었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 도덕적으로 실망감을 안긴 임원들이 가차 없이 해임되는 ‘무관용 원칙’ 폭풍이 불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글로벌 반도체업체 인텔의 최고위급 관계자들이 인종과 성(性)문제에 있어서 물의를 일으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OO)였던 조너선 프리드랜드는 지난 한 해 동안 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비속어를 최소 두 차례 사용한 것이 확인돼 22일 해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몇 개월 전 부서 회의에서 문제의 단어를 한 차례 사용했고, 추후 흑인이 포함된 인사담당자들과 비속어 사용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하던 도중 이 단어를 한 번 더 사용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외부에 공개된 사내 메모를 통해 “(프리드랜드가) ‘N’으로 시작되는 비속어를 직장에서 사용했다는 것은 그가 인종문제에 대해 수용불가 수준의 낮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프리드랜드 전 COO는 해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지도자는 흠이 없어야 하는데 나는 그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사랑하던 회사에 불편한 감정을 일으켜 정말 최악인 기분”이라고 적었다.

그는 지금은 지워진 트위터 글에는 “높이 올라갔지만 너무 빠르게 추락했다. 몇 마디 단어에…”라고도 적어 후회한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인텔의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재니치는 20일 사내에서 직원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내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해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둘 사이의 관계가 이미 수년 간 이어져 왔고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었지만 회사 내의 ‘연애금지’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크르재니치가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성과를 내는 CEO로 평가받았음에도 일정 도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직장을 잃은 것이다.

최근 미국 IT 업계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색을 띄는 것과는 상반되게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자주 직면해 왔다. 도덕적 기준에 입각한 ‘무관용 원칙’은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침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IT 업계가 여전히 소수자 고용과 보호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페이스북과 구글의 전체 기술직 직원 중 흑인의 비율은 1%에 그쳤다. 이는 3년 전인 2014년과 같은 수치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구글에서 일하는 여성 기술직 인원은 전체의 19%와 20%를 기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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