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3각협력 지금이 적기… 철도-에너지 연결이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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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푸틴, 한러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과 철도·가스·에너지 협력을 통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 열흘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남북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또 한-러 철도공사 간 협력 양해각서(MOU) 등 12개의 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한 철도·가스·에너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경제보상 방안으로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 대북투자 허용을 내걸었지만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선 물류·유통망 건설이 필요하다. 부산과 북한 나진항을 연결하는 동해선 철도가 원산역을 지나는 만큼 김정은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원산 관광특구 개발과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

러시아 역시 북한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두만강 교량’ 등 북-러 인프라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이달 말 북-러 전문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 러시아는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도 추진하고 있어 동방경제포럼이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개방을 논의할 대형 외교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북극항로 개척과 시베리아 횡단철도 운영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모든 사업은 동방경제포럼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철도 등 남북러 경협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남북러 경제협력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김정은의 방중으로 북-중 경제밀월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러 경협으로 신냉전 구도를 깨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복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북한의 참여를 위해 미리 준비하자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튼튼한 안전체제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본격화한 것을 두고 남북러 경협을 경제성장 정책 실종 우려를 뒤집는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자유무역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의료·정보통신기술 협력에도 합의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황규락 기자
#한러 정상회담#남북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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