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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수사슴은 왜 커다란 뿔이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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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수사슴은 왜 커다란 뿔이 필요했을까

김민 기자 입력 2018-06-23 03:00수정 2018-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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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더글러스 엠린 지음·승영조 옮김/408쪽·1만9500원·북트리거
위스키 회사인 글렌피딕과 달모어, 미국 프로미식축구 구단인 텍사스 롱혼스, 그리고 투자회사 메릴린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로고에 어마무시한 동물의 뿔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컷 엘크의 머리에 솟아 오른 두 줄기 뿔은 무게만 18kg이 넘는 강력한 무기. 이들 기업은 바로 그 뿔의 ‘강력한 힘’을 자신들도 갖고 싶단 욕망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수사슴은 뿔이 자랄 때 에너지를 평소의 두 배로 소모하며 무기질과 칼슘, 인이 막대하게 필요하다. 식사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어 필수 무기질이 뼈에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뿔이 자랄 무렵 수사슴은 계절성 뼈엉성증(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뼈를 감수하는 이유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몬태나대의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자연에서 만나는 장엄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극한의 ‘무기’에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등 자연 속에 묻혀 살았던 학문 귀족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첫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쇠똥구리. 몸에 비해 큰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장 관찰 경험이 풍부하게 곁들여진 책은 동물의 사소한 무기에서 출발해 극한으로 치달은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작용한다. 강도 높은 경쟁과 사용 가능한 자원, 그리고 짝짓기의 가능성이다. 저자는 이러한 진화 과정을 인간의 무기로 확장해 해석해 나간다. 동물은 짝짓기를 위해 경쟁하는 반면, 인간은 더 복잡한 욕망을 좇아간다. 서로 달라 보이지만, 무기 경쟁 구도에선 상당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천변만화한 동물의 무기를 한눈에 강조한 데이비드 터스의 삽화도 책의 재미를 한층 더했다.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삽화와 활자 속에 등장한 동물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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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무기#더글러스 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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