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비틀림에 사람들은 공포감 느껴… 낚아채는게 제 밥벌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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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네이버 연재 인기웹툰 ‘기기괴괴’ 작가 오성대

어느덧 ‘기기괴괴’ 연재 6년 차인 오성대 작가는 “그만하라고 할 때까진 계속 ‘기기괴괴’를 그리고 싶다”면서 “짧은 단편 형식이라 그리면서 계속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다”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느덧 ‘기기괴괴’ 연재 6년 차인 오성대 작가는 “그만하라고 할 때까진 계속 ‘기기괴괴’를 그리고 싶다”면서 “짧은 단편 형식이라 그리면서 계속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다”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작품만 본다면, 이런 거 그린 사람은 거의 미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죠.”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명 공포 웹툰 ‘기기괴괴’의 오성대 작가(36)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는 “작가가 이상한 사람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독자가 무척 많다”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도 ‘혼삿길 안 막히게 멀쩡한 것도 좀 그리라’면서 걱정해준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 작가는 ‘기기괴괴’ 이전부터 꾸준히 공포 스릴러 장르를 선보이며 ‘한국의 이토 준지’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내년 어여쁜 신부와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인지라 살짝 세간의 평이 걱정된 걸까. 이달 발간된 ‘기기괴괴’ 단행본 저자의 말에 그는 꽤 귀여운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기괴한 만화를 그리지만 그렇게 기괴한 사람은 아닙니다.’

의외로 오 작가가 ‘공포물 전문 만화가’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게임회사를 관두고 처음 웹툰에 뛰어들었을 땐 로맨틱 코미디 만화도 시도했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당시엔 상대적으로 흔치 않던 공포물을 ‘블루오션’으로 판단했다.

“실은…, 공포영화나 잔인한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진짜 하고 싶었던 장르는 개그 만화였죠. ‘기기괴괴’를 연재하며 이따금 외전처럼 선보이는 ‘장르파괴괴’는 꾹꾹 참아오던 개그 본능을 쏟아 붓는 거랄까요. 다행히 본편보다 낫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기기괴괴’ 123화 ‘키베이루의 서재 #5’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캡처
‘기기괴괴’ 123화 ‘키베이루의 서재 #5’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캡처
본편이건 외전이건 독자들이 오 작가에게 열광하는 건 소름 끼치도록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이다.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기기괴괴’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짧으면 1편, 길 땐 10편 정도로 구성된다. 실수로 금반지를 삼킨 뒤 온몸의 살갗이 금으로 변한 여성을 그린 ‘14K’나 신체를 찰흙처럼 빚어내 완벽한 성형 미인을 꿈꾸는 ‘성형수’ 등 기상천외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잘 꿰뚫는다는 반응. 그는 어디서 이런 희한한 소재를 얻는 걸까.

“거창할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살짝 비틀림이 생겨도 거기에서 공포감을 느끼더군요. 크고 거창한 게 아니어도 세상을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라고 그게 쉽진 않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하하.”

‘기기괴괴’는 2013년 선보인 뒤 6년째 줄곧 네이버 웹툰 조회수 정상권이다. 오 작가는 연재 초기부터 늘 메모장 하나를 끼고 다녔다고 한다. 한 문장짜리 짧은 아이디어부터 결말만 남겨둔 긴 스토리까지 다양한 아이템이 빼곡했다.

“동시에 여러 아이템을 ‘이리저리 만져 보는’ 스타일이에요.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가다가 그중 하나가 완성되면 작업에 들어가는 게 제 방식이죠. 정통 공포물은 물론 코미디, 감동 스토리 등 전개 방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를 단편처럼 이어가니까 늘 새로운 작업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오 작가는 조만간 SF(공상과학) 만화도 그릴 계획이다. 데뷔 초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소재로 웹툰을 그렸던 것도 그의 그런 소망이 담겨 있었다. 왜 SF일까. “음…. 그냥, 해보고 싶으니까요? 하하.”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기기괴괴#작가 오성대#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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