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가 된 ‘황소 황희찬’… 멕시코전 선발 투톱 유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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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드리블하고 있다. “최전방에 위치했을 때 자신이 있다”는 그는 스피드를 앞세워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인스브루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황희찬이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진영을 향해 드리블하고 있다. “최전방에 위치했을 때 자신이 있다”는 그는 스피드를 앞세워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인스브루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스웨덴을 맞아 생애 첫 월드컵 경기에 나선 그는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전력질주 최고 속도는 시속 32.4km.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 중 가장 빨랐다. 재빠른 문전 쇄도로 관중의 환호를 받기도 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골 기회에서 그의 머리에 맞은 볼은 골문을 한참 벗어났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긴장을 하지 않는 타입인데…. 월드컵은 참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러시아 월드컵 2차전 멕시코전을 앞두고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성난 황소’로 변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슈팅 1개에 그쳤던 그는 멕시코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스웨덴전에서 그는 중앙이 아닌 측면에 위치해 수비 역할까지 한 탓에 공격에 집중하지 못했다. 황희찬은 “최전방에 위치했을 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팀이기 때문에 수비 라인이 한국 진영으로 전진했을 때 수비 뒤 공간이 엷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황희찬이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황희찬의 장점 중 하나는 원터치 패스에 능해 동료 공격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손흥민 이승우(베로나) 등 침투 능력이 좋은 동료들과 평소에도 전술적 움직임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누며 호흡을 맞췄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손흥민과, 월드컵 국내 소집 훈련 당시 대구에서는 이승우와 룸메이트였다. 황희찬은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대화를 했다. 창의적인 동료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말했다.

라파엘 마르케스
라파엘 마르케스
황희찬 등 한국 공격수들이 넘어야 할 벽은 멕시코의 ‘정신적 지주’ 라파엘 마르케스(39·아틀라스)다. A매치 146경기를 뛴 마르케스는 독일과의 1차전에 교체로 출전하면서 역대 세 번째로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마르케스가 첫 A매치를 치른 1997년에 황희찬은 한 살이었고, 이승우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멕시코는 자신들보다 객관적 전력이 약한 한국(57위)을 상대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격에만 집중하다 역습을 허용하면 실점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멕시코는 경기 조율과 안정적 수비 능력을 갖춘 마르케스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르케스는 멕시코가 스리백을 사용하면 중앙 수비수로, 포백을 사용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그는 볼을 차단하기 위한 위치 선정 능력과 후방에서 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민첩성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국 공격진은 적극적인 돌파로 마르케스의 약점을 노려야 한다.

마르케스가 멕시코의 구심점이긴 하지만 훈련장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여느 동료들과 다르다. 그의 훈련복에는 멕시코 대표팀 후원사인 미국 음료업체 ‘코카콜라’의 로고가 없다. 마르케스가 마약 조직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과 은행 등은 마르케스와 거래를 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동료들처럼 미국 브랜드의 음료를 마실 수 없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도 미국 맥주업체 ‘버드와이저’가 후원을 맡은 경기의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될 수 없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마르케스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그의 리더십은 우리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마르케스는 “한국은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 스피드가 좋은 그들을 봉쇄해 독일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황희찬#라파엘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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