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진 경찰, 검사지휘 없이 1차 수사-종결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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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갈등 끝낼까… 법무-행안장관 합의문 서명 1948년 경찰의 독자 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70년 만에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1일 정부 합의로 마련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뒷줄 왼쪽)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뒷줄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을 마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합의문을 넘겨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검경 갈등 끝낼까… 법무-행안장관 합의문 서명 1948년 경찰의 독자 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70년 만에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1일 정부 합의로 마련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뒷줄 왼쪽)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뒷줄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을 마친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합의문을 넘겨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 3월 치킨집 주인 김모 씨(45)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한 이웃이 사기 혐의로 그를 고소한 것이다. 김 씨는 여러 차례 경찰서를 오간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얼마 뒤 검찰이 김 씨를 불렀다. 그는 경찰 때와 똑같은 조사를 다시 받았다. 검찰의 결론도 무혐의였다. 김 씨는 “근처 치킨집 주인이 우리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것을 시샘해 억지 주장을 한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에 연이어 불려 다니느라 장사도 제대로 못 했다”고 토로했다.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실시되면 김 씨처럼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일이 거의 없게 된다.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사건 관계자의 이의 제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은 김 씨처럼 고소를 당한 사람이 경찰 수사를 받을 때 검찰이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합의안이 실현되면 검찰 개입은 차단된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의안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참석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 개시와 진행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때 자체적으로 끝낼 수 있다. 지금처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현재 경찰은 모든 사건 수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합의안이 큰 변경 없이 실시되면 사건 관계자가 경찰과 검찰에서 중복 조사를 받을 일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관계자가 경찰 결정에 불복하면 검찰이 조사할 수 있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저지른 범죄사건 수사도 지금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관련 수사를 위해 영장을 신청하면 검사는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이번 합의안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30일 만료) 연장이 불투명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이견 등으로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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