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靑 기관 감사… 시늉만 내고 끝낸 감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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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8건 주의-통보 조치
매점-카페 등 수의계약 관련… 절차 문제 없게 경쟁입찰 권고
경호처 드론구매 문제점도 지적… 기존 재무감사 수준 못 벗어나
일각 “권력기관 견제 못한 맹탕”

15년 만에 첫 청와대 기관운영 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던 감사원이 감사 석 달여 만에 맹탕에 가까운 감사결과를 내놨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 필요성이 제기돼 나섰지만 청와대 내 카페, 매점 운용 실태 등을 점검하는 데 그친 것. ‘감사를 위한 감사’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감사원은 21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에 대해 기관운영 부문을 감사해 총 8건의 주의·통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징계 요구 사항은 없었고 국가안보실은 예산이 대통령비서실에 묶여 운영됐다는 이유로 지적사항도 없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은 청와대 경내 매점의 경우 장애인복지를 이유로 2003년 5월부터 14년여, 카페는 보안을 이유로 2009년 2월부터 9년여를 특정인과 계속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감사원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청와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절차적 시비가 없도록 앞으로 매점 운영에 지명 경쟁 또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경호처에 대해선 2016년 12월 청와대 주변 경비를 위해 드론을 구매할 당시 청와대 주변 공역에서 비행할 수 없도록 내장된 비행제한프로그램을 해제하지 않은 채 구매했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해당 프로그램의 해제 작업을 시도했는데 지난해 업체가 폐업한 까닭에 총 6대의 드론을 돌려받지 못한 점도 주의를 받았다.

이번 기관운영 감사결과는 기존에 통상 해오던 재무감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2003년 기관운영 감사를 마지막으로, 2004년부터 청와대에 대해 예산 관련 재무감사만 해온 감사원이 15년 만에 다시 칼을 빼든 배경에는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한다는 안팎의 주문이 있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발족한 감사원 혁신·발전위원회는 “감사원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실질적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국가정보원 감사계획을 밝히며 “권력기관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적법·투명한 국정운영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상적인 기관운영 감사 결과와 비슷하다. 직무감찰 부분은 강화됐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제한적인 감사 대상으로 인해 이런 결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의 정책결정을 따지는 게 아니라서 인사 관리나 수의계약 체결 부분 등을 중점 점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직접 감사에 착수한 대검찰청과 하반기에 예고한 국가정보원에 대한 첫 감사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청와대 감사와 대동소이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청와대 기관 감사#시늉#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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