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김정은 숙소 찾아와 오찬… 이틀간 8시간반 함께 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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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번째 방중]1박2일간 北-中 밀월관계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베이징(北京) 방문 약 31시간 가운데 8시간 반가량을 함께 보내며 다시 한번 밀착관계를 과시했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김 위원장이 머문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찾아 김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함께 보낸 시간은 약 3시간 반으로 추정된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 방중 첫날인 19일 환영의식과 정상회담, 만찬, 공연 관람 등으로 약 5시간을 같이했다. 19일 오전 10시경(현지 시간) 베이징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20일 오후 5시 5분경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중 정상이 두 차례 회동에서 ‘전략적 협력과 소통’ ‘새로운 북-중 관계’를 강조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 협상을 앞두고 북-중이 우호만을 강조하던 전통적 관계에서 전략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로 전환해 공동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올 하반기 북한을 답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통신은 20일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중국 동지와 함께 전력을 다해 북-중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뒤 이어진 연회에서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같은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이 한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한다”며 “조중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해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3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북-중 관계가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며 “북-중이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북-중 양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두 나라의 전략적인 협동 강화”를 강조했고 시 주석도 “북-중 전략적 소통”을 부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0일 사설에서 “앞으로 북-중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단지 우호관계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신형(新型)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관계는 (동북아) 지역에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중국이 약속이나 한 듯 ‘새로운 북-중 관계’와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의 북-중 밀착이 단순한 관계 개선이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질 대북제재 완화 등 북-미 간 이견,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에서 공동의 안보 이익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중은 이런 관계 전환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경제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이틀째 행보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20일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방문한 뒤 베이징시 철로교통지휘센터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서울∼평양∼신의주∼단둥∼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중국횡단철도(TCR) 등 기초 인프라 건설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중 경제협력이 농업, 과학기술, 철도를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완화나 해제 없이 불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미국에 맞서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대북제재의 조속한 완화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 ‘경제건설 총력노선’의 책임자인 박봉주 내각총리가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도 북-중 경제협력 확대가 이번 방중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임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공항으로 가는 길에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는 이례적 행보도 보였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정동연 특파원
#김정은#방중#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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