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골 본능’… 호날두, 골든슈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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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RUSSIA 월드컵]조별리그 B조 모로코와 2차전
1-0 승리 이끌고 득점 단독 선두… A매치 85골로 유럽 신기록
포르투갈, 1986년 1-3 패배 설욕
1승1무 승점 4점… 16강 파란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신화적 선수로 남을 행진을 계속했다.

전반 4분. 주변에는 6명의 수비수가 촘촘히 서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의 선수를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뒤로 빠지는 듯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풋워크(발동작)로 상대 수비수 몸짓을 훔쳤다. 빈 공간으로 파고든 호날두는 코너킥에 이어 동료가 날린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가 열린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호날두가 공중으로 솟구치며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 대회 득점 1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골로 A매치 85번째 골을 넣은 호날두는 역대 유럽 선수 중 A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전설적인 푸스카스(헝가리·84골)가 갖고 있던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 이 부문 세계 최다 득점은 알리 다에이(이란)의 109골이다.

호날두는 자신이 지난 세 번의 월드컵에서 넣은 총 득점(3골)을 이번 대회에선 단 두 경기 만에 넘어서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월드컵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포르투갈은 경기 초반에 나온 호날두의 이 천금 같은 골을 지켜내며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전적은 1승 1무(승점 4점). 포르투갈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모로코에 당한 1-3 패배를 32년 만에 설욕했다.

이날 포르투갈의 승리를 이끈 호날두는 생애 첫 ‘골든슈(월드컵 득점왕)’를 향한 순항도 이어갔다. 이번이 네 번째 월드컵 출전인 호날두는 이날까지 4골을 넣으며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3골)를 제치고 득점 부문 단독 선두(20일 기준)로 올라섰다.

비록 지긴 했지만 모로코는 쉴 새 없이 포르투갈을 몰아치며 ‘북아프리카 강호’의 면모를 뽐냈다. 1차전(이란) 패배 이후 갈 길 바빴던 모로코는 직전 스리백(3-4-3) 대신 포백 전술(4-2-3-1)로 측면 공격이 강한 포르투갈에 맞섰다. 이는 측면(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이 강한 호날두를 의식한 수비 전술. 거기에 최전방에는 원 톱을 두어 투 톱을 앞세운 포르투갈보다 상대적으로 중원에 더 많은 선수를 배치했다. 아무리 상대가 포르투갈이더라도 경기 주도권(점유율)을 내주지 않고 승리를 챙기겠다는 포석이었다.

특히 후반 10분부터는 쉴 새 없이 포르투갈의 빈틈을 파고들어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육탄방어에 결국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앞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워낙 격전을 치렀던 포르투갈 선수들은 이날 피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듯 전체적으로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호날두는 극복했다. 앞서 스페인전(16일 1차전)에서 페널티킥, 프리킥, 필드골에 이어 이날 헤딩골까지 기록한 호날두는 신체 각 부분을 이용한 진기록도 세웠다. 오른발 왼발 머리로 모두 골을 넣은 선수는 포르투갈 월드컵 역사상 1966년 조제 토르스 이후 호날두가 처음이다.

호날두가 펠레나 마라도나와 맞먹는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날 포르투갈 전체적인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호날두가 눈부신 개인의 역량으로 포르투갈을 잇달아 이끌었지만 이번 월드컵 우승이 과연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날까지 호날두의 활약은 전설적 선수로 남을 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호날두#러시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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