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美 세이프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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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세탁기에 고관세 매겼더니 월풀-GE 등 현지 업체도 가격 올려
미국내 세탁기값 사상최대폭 상승… 보호무역 여파 소비자 피해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세탁기에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 올해 들어 미국 내 세탁기 판매가격이 사상 최대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미국 정부가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을 필두로 메이저 업체들이 판매가를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로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던 전자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20일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중 ‘세탁장비(Laundry equipment)’ 지수는 올해 2월 85.03에서 지난달 99.46으로 3개월 사이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BLS가 통계를 공개한 2006년 이후 최고치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이 같은 급격한 가격 인상은 올해 2월 7일부터 세이프가드가 발동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20∼50%의 관세가 추가로 붙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16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중 120만 대 미만에는 20%를,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미국으로 수입된 한국산 세탁기 물량이 120만 대를 넘지 않아 20%의 관세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 3월과 4월 각각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가격을 8% 안팎으로 인상했다. 한국산 세탁기 가격이 오르자 경쟁사인 월풀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현지 업체들도 4월 들어 덩달아 가격을 올렸다. 결국 소비자들만 같은 성능의 제품을 이전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사게 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정부의 엄격한 무역 정책이 도리어 그가 지켜내려 했던 미국 회사들과 소비자, 그리고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미국에서 연간 판매되는 세탁기 1000만 대의 가격 인상분을 합쳐본다면, 결국은 미국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붙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수입 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할 것을 미국 상무부에 지시하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트럼프#세이프가드#세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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