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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르포] “1년에 절반 바다 생활…가족 생각에 외로움 이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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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르포] “1년에 절반 바다 생활…가족 생각에 외로움 이겨내”

로테르담·함부르크=한우신기자 입력 2018-06-18 17:53수정 2018-06-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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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세워진 RWG(Rotterdam World Gateway) 터미널. 거대한 크레인이 이 곳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쉴 새 없이 집어 올렸다. 크레인 중간에서 컨테이너는 한 차례 멈췄고 이내 다시 옮겨져 운반 차량에 실렸다. 컨테이너를 실은 운반차량은 앞뒤 구분이 없었다. 운전석도 없었다.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로 현장에서는 AGV(Auto Guided Vehicles)로 불렸다. AGV가 야적장에 컨테이너를 내려놓으면 컨테이너는 다른 운송 장비에 의해 트럭에 실렸다. 트럭에 컨테이너가 실리는 동안 트럭 운전사가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총 면적 108만㎡의 거대한 터미널에서 외부에 나와 있는 현장 근로자를 본 건 이 트럭 운전사가 처음이었다.

●자동화 구축한 첨단 항만

2015년 9월 문을 연 RWG 터미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크레인이 집는 최초 작업만 사람이 조종한다. 다른 터미널에서는 크레인마다 한 명씩 탑승해 작업하는 반면 이 곳에서는 본부 건물에서 운전자 한 명이 크레인 두 개를 조종한다. 이후 터미널 외부로 가기 위해 트럭에 실릴 때까지 전부 무인(無人) 작업이다. 닐스 데커르 RWG 홍보 책임자는 “자동화를 더 많이 실현할수록 오류가 더 적어져 항만 터미널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터미널 자동화는 최근 세계 주요 항만 사이에서 큰 화두로 꼽힌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기술 수준이 높은 터미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로테르담항은 유럽에서 가장 크지만 세계 6위 규모인 부산 신항보다는 작다. 하지만 자동화 수준은 반대다. 부산 신항에서도 최근 로테르담항에서처럼 무인 운반차량을 도입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반발이 적지 않다. 무인 운반차량이 도입되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일 로테르담항을 출발한 현대상선 유니티호를 타고 11일 도착한 독일 함부르크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함부르크는 오래 전부터 무역항이 발달했다. 컨테이너선 터미널도 50여 전에 지어졌다. 오래된 만큼 자동화 수준이 높지 않다. 항만 야적장을 오가는 모든 컨테이너 운반차량에는 운전자가 타 있다. 연간 140만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대)를 처리하는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 터미널 근로자는 900명 정도에 그친다. RWG 터미널은 연간 235만TEU를 처리하는데 근로자는 약 350명이다. 자동화를 이룬 RWG가 처리 물량은 1.7배에 달하지만 인력은 40%에 불과한 것이다. 토르스텐 마이어 유로게이트 영업 책임자는 “자동화 비중이 커지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동일한 작업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는 수익성을 높이고 결국 신사업 개척을 통한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투자, 신노선 개척…한국 해운 부활 시동

글로벌 해운사들도 단순히 항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첨단 터미널에 직접 투자를 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RWG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해운사가 터미널 지분을 가지면 입항할 때 우대받을 수 있다. 정박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2011년 이후 글로벌 해운 시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불황 속에서 비용 절감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았다. 터미널 투자를 비롯해 해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인수가 불발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현대상선은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첨단 터미널에 대한 투자는 물론 신규 노선 확장에도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자가 동승한 로테르담-함부르크 노선은 현대상선이 4월부터 새로 운항을 시작한 유럽 노선이다. 부산을 떠난 선박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스리랑카를 거쳐 네덜란드 독일 영국을 돌고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기존에는 머스크와 MSC 등 다른 해운사 배 일부 공간을 빌려 컨테이너를 나르던 노선이었다. 동북아-유럽 노선은 유럽-미국, 동북아-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할 여력이 큰 노선이다. 현대상선이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에 발주한 2만3000TEU급 초대형 친환경 선박 12척도 2020년부터 이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 해운업과 조선업 부활을 위한 중요한 항해가 시작됐다.

▼컨테이너선 동승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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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스테이션, 올 스탠바이”

11일 오전 7시11분,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향하는 현대상선 유니티호 서민수 선장이 모든 선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출항을 준비하라는 지령을 보내자 브리지(조종실)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항구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선원들은 가장 예민하다. 항만 시설이나 정박한 다른 배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부르크항은 바다에서 강으로 접어들어서도 7시간 이상 항해를 해야 한다. 물길은 좁고 수면은 얕아 사고 위험이 많다.


한 시간여 뒤인 오전 8시20분. 배가 터미널에 정박한 후 배에 줄을 거는 마무리 작업이 시작되고 나서야 서 선장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전날 운항 중에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호탕한 웃음을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 선장은 “유니티호가 함부르크항에 입항하는 게 처음이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2000년부터 배를 탔지만 입항과 출항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리지 못지않게 긴장감이 가득한 곳은 기관실이다. 선박 엔진을 비롯한 각종 동력 장치를 관리한다. 최근 유럽과 미국 항만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 비율을 현재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보다 먼저 유럽과 미국 항만들은 0.1% 저유황유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 항만에 들어가기 약 4시간 전에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연료 교체가 이뤄진다. 항만에 접안한 후에는 항만 검사관들이 배에 올라와서 저유황유 사용 여부를 철저히 검사한다. 뿐만 아니라 선내에서 분리수거를 철저히 했는지 등 환경 검사를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친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미래 선박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은 인터넷 환경이다. 유니티호는 지난해 12월부터 TV용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종전에 인마샛(Inmarsat)으로 불리는 통신위성을 사용했을 때보다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낮아졌다. 과거에는 위성을 통해 긴급한 전화와 팩스를 받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선내 일부 공간에서는 카카오톡 메신저 수신도 가능하다.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면 냉동 컨테이너 온도 조절을 육상에서 관리하는 것과 같은 스마스선박 구현도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비슷하 자율주행 선박 기술도 높아질 수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이 가능해도 가족 및 지인들과 오랜 기간 떨어져 있는 건 선원들이 견뎌야 하는 부분이다. 한 번 배를 타면 8개월 이상 배에 머무는 건 일상이다. 배에 타기 직전이나 배에 머물 때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일도 종종 있다. 계속 배에서 지내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스스로 머리를 미는 선원도 많다. 선원 중에 까까머리 스타일이 많은 이유다.


배 안에 있으면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외로운 생활을 버티는 원동력 역시 가족이다. 서 선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유니티호를 타고 있다. 다음 달 중순 부산에 들어가면 3개월의 꿀맛 같은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더 반가운 건 7살과 5살 아들들이다. 서 선장은 “아들들이 아빠 따라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 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로테르담·함부르크=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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