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겸허한 국정, 野 처절한 각성 명령한 民意의 채찍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4일 00시 00분


코멘트

- 6·13 압승 문재인 정부, 민생경제 성과로 답하라 -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전례 없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은 17개 시도지사 중 서울 경기를 비롯한 14곳(이하 14일 오전 1시 현재)을 휩쓸었다. 야당 분열의 기울어진 선거 구도와 역사적인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여파로 대세는 일찌감치 갈렸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집권해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는 문재인 정부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도 여당이 12곳 중 11곳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의석 차를 현재의 7석에서 17석으로 벌리며 범여권(민주평화+정의+민중당+친여 무소속)이 154석으로 원내 반수를 넘겼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여당은 확실한 승기를 잡았으며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다.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여권의 승리다. 그렇지 않아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는 진보와 보수, 좌우의 양쪽 날개로 날아야 건강하다. 충격적이라 표현할 만한 지방선거의 결과는 진보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의 참패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민의의 처절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다시 태어나지 못했다. 지금 국민의 눈에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무능과 무책임, 무사안일에서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정부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의 몰락은 정치적 재앙이다. 한국당은 지도부 총사퇴 후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재창당 수준의 쇄신에 나서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어떤가. 보수의 쇄신을 내세웠으되, 한국당과 차별화는커녕 존재감마저 드러내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안철수 후보부터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다시 태어나지 못하면 2년 뒤 총선, 4년 뒤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여당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여당이 예뻐서가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소용돌이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1년밖에 안 된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선 안 될 것이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취해 일방독주로 나가면 승리의 축배가 독배로 변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오만했던 정권은 예외 없이 ‘집권 2년 징크스’에 직면했던 정치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문 대통령부터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무능 무책임으로 일관한 일부 장관을 경질하는 개각은 적기에 단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을 빚은 정책의 속도 조절도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지방선거의 여당 당선자들도 앞으로 재정을 낭비하지 않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 지방이 중앙정부에 종속되지 않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도 17곳 중 13곳에서 진보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차별화된 공약조차 내놓지 못한 탓이다. 당선자들의 주요 공약인 무상 교육복지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당선자들은 퍼주기 공약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의견을 수렴해 무엇이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길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2020년 4월 총선까지 2년 가깝게 전국 단위의 선거는 없다.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친(親)서민·중산층을 외쳤지만 실업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민생도 더 팍팍해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보호무역의 파고가 거세고 발등의 불인 국내 제조업 위기는 일자리 절벽을 가속화할 것이다. 지방선거 압승에 취해 개혁을 등한시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2년 뒤 총선 때 표심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여권은 야당을 동반자로 여기되, 국정쇄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이 6·13 민의(民意)의 또 다른 명령이다.
#6·13 지방선거#여당#더불어민주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