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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성적표’ 충격 한국당…야권,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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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성적표’ 충격 한국당…야권,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최우열기자 , 최고야기자 입력 2018-06-13 21:07수정 2018-06-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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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투표 결과를 보며 침통해 하고 있다.
13일 오후 7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선 별 다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서 “어휴” “휴” 하는 깊은 한숨 소리만 흘러나왔다. 다들 예민한 탓인지 발걸음도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만큼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당장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지도부 교체는 물론 빅뱅 수준의 대대적인 정계 개편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부턴 정계 개편 시나리오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충격은 한국당이 가장 컸다.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 그리고 이날 지방선거까지 이례적인 전국 단위 선거 3연패였다. 한 당직자는 “새누리당, 한나라당을 거슬러 올라가도 전례가 없는, 정당의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든 완벽한 패배”라고 중얼거렸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당사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씁쓸한 표정으로 대표실로 돌아갔다. 그는 곧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영어 문장을 띄웠다.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홍 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 등 임시 수습책을 검토한 뒤 이르면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할 방침이다. 홍 대표 그동안 스스로 “광역단체장 6개를 얻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왔다.

바른미래당도 공황 상태에 빠졌다. 광역단체장 한 자리를 얻는 것은 고사하고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0%대 득표로 3등에 그치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박주선 공동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의 사퇴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예고돼 있었다. 안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대 저에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 그리고 따로 (거취를)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야권이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하면서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홍 대표, 안 후보, 유 대표의 2선 후퇴를 신호탄으로 야권은 해쳐모여, 신장개업 등 갖가지 정계 개편 논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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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선 홍 대표가 사퇴하면 곧바로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자기 당 대표 후보군으론 정우택 나경원 심재철 의원과 이완구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바른미래당에선 초재선의 젊은 의원들이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 상황은 지도부 총사퇴→전당대회→새 지도부 선출이라는 전통적 해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민심이 지난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에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린 만큼 판을 뒤엎는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없다면 정치인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2년 뒤 총선에서도 참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성된 정치적 중력이 너무 무겁고 무섭다. 무슨 계기를 잡아 원심력을 발휘해야 하는 데 전혀 감조차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처절한 패배를 밑거름으로 삼아 분열된 야권의 통합과 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좁게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양당의 통합, 크게는 무소속 의원들과 제도권 밖의 새 피 수혈까지 포함한 ‘범 보수 빅 텐트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호남 출신 의원들이 이탈하고, 외연 확장없이 새누리당 탈당파만 복당하는 형식이 되면 ‘도로 새누리당’을 벗어나기 어렵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재기 또는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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