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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M&A 거듭 성공… 재계 3위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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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M&A 거듭 성공… 재계 3위 우뚝

송진흡 기자 입력 2018-05-26 03:00수정 2018-05-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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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이끄는 사람들] SK그룹 <上>
최태원 회장
최근 SK그룹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도시바가 18일 “도시바 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필요한 반독점 승인을 (중국 정부로부터) 받았다”며 “6월 1일까지 거래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번 승인으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지난해 9월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지 8개월여 만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엔 제약이 있겠지만 앞으로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도시바와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쌓을 기반을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승인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차례 중국으로 날아가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SK그룹의 인수합병(M&A) 노하우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SK그룹 성장사에서 M&A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 1953년 선경직물로 출발할 때만 해도 섬유 전문업체에 불과했지만 잇단 대규모 M&A를 통해 국내 재계 3위(지난해 자산총액 기준) 그룹으로 성장했다. SK그룹이 그동안 인수한 주요 회사는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인수 시기 1980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1994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2012년) 등이다. 모두 관련 업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 치밀한 준비와 결단

이런 점에서 SK그룹의 역대 M&A 성적표는 ‘A+’로 평가받는다. 무리한 M&A로 경영난을 겪었던 일부 기업과는 달리 미래 사업에 대한 치밀한 준비 끝에 나온 과감한 베팅으로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진행한 대한석유공사나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10년 이상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였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는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정유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10년 이상 이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경험을 착실하게 쌓았던 만큼 인수를 밀어붙였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정유와 이동통신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정도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태원 회장이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그룹 내부에선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그룹이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이라며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메가 히트였다. 인수 원년인 2012년 1590억 원의 순손실을 냈던 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3조7213억 원의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LG실트론(현 SK실트론) 등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잇따라 인수하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도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그 덕분에 최 회장이 SK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끈 1998년 이후 20년간 그룹 전체 매출은 4.5배, 영업이익은 200배로 각각 급증했다.


○ “근본적인 혁신 없인 죽는다”

최근 들어 최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강조한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대기업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잘나가는 사업이라고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이끌어선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되지 않을 만큼 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깨닫고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로 회장 취임 20년을 맞는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2018년을 ‘새로운 SK(NEW SK)’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SK그룹 임직원들에게 딥 체인지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기존 시장과 고객을 놓고 서로 뺏거나 뺏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혁신적인 경영 전략이다.

최 회장은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 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이 보유한 인프라를 외부와 공유하면 그룹 내부에서 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그 첫 사업이 SK에너지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전국적으로 산재한 SK주유소 3600곳을 지역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이다. 택배가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신청하면 1시간 이내에 물건을 주유소에 맡겨 보관하게 하는 방식이다. 택배회사는 정해진 시간에 주유소를 방문해 해당 물품을 받은 뒤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은 집하 및 배송시간을 단축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K에너지도 주유소 기반의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고객, 물류회사, 주유소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SK측 설명이다.



▼전략-ICT 등 7개 위원회로 구성… 그룹 차원 전략적 사업 심의▼

SK그룹만의 독특한 조직 ‘수펙스추구협의회’

SK그룹에는 국내 다른 그룹에는 없는 독특한 조직이 있다. 전략,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등 7개 위원회로 구성된 ‘수펙스추구협의회’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이 협의회는 2013년 공식 출범했다. 그룹 경영 최고 협의기구로 계열사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들은 수펙스추구협의회나 해당 위원회에서 협의 또는 심의를 한다.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각 계열사 이사회가 최종 의사 결정을 한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원칙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조대식 의장은 SK그룹 안에서 최태원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는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최 회장이 제시한 ‘딥 체인지’의 방법론인 사회적 가치 추구나 공유인프라 구축 등을 주도하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4년 동안 SK㈜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OCI머티리얼즈와 LG실트론 인수를 성사시켰다. 공유차량 서비스인 ‘쏘카’에 대한 지분 투자, 유기금속화학물 생산업체 SK트리켐 설립도 진두지휘하면서 관리형 지주회사였던 SK㈜를 투자전문사로 환골탈태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5년에는 SK㈜와 SK C&C를 합병한 통합지주회사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조 의장이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12년 말 8조4000억 원대였던 SK㈜의 시가총액은 2016년 말 16조1400억 원대로 늘었다. 재임 기간에 기업 가치를 갑절 이상으로 키워 놓은 것이다. 현재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력 계열사가 사업 구조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에너지·화학위원장인 유정준 SK E&S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해외통이자 에너지 전문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글로벌성장위원장을 지내며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중국 시노펙, 쿠웨이트 KPC 등 국영 에너지 기업과 맺은 사업협력, 미국 셰일에너지업계 선두주자인 콘티넨털리소시스,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 일본 JX니폰오일&에너지와 체결한 글로벌 파트너십 등도 이끌어냈다.

그는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 도시가스 지주회사였던 SK E&S를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전문회사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이 ‘친환경 에너지’로 바뀔 것으로 보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딥 체인지하려는 포석이다.

ICT위원회 수장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그룹의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신입사원 당시 그룹 총수였던 고 최종현 회장에게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약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한 게 그룹 내부에서는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태스크포스(TF)에 자원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박 사장은 이후 신세기통신, 하이닉스 등 SK그룹이 추진한 굵직한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1월 SK텔레콤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에는 ADT캡스를 인수하는 등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보안 등 미래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과 계열사 간 글로벌 역량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개척하는 글로벌성장위원회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84년 옛 현대전자에 연구소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34년간 SK하이닉스에 근무해 왔다.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를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이끌었다. 201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평소 임직원의 새로운 발상이 존중받고 실현될 수 있는 ‘왁자지껄한 문화’를 강조한다.

그룹의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수장이다. 1987년 유공에 입사해 여러 관계사에서 굵직한 신사업을 담당했던 김 사장은 2015년부터 SK에너지 사장을 맡아 수익구조 혁신 등을 통해 1조 원대 적자를 내던 석유 사업의 흑자 전환을 이끌어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비(非)정유 부문 강화를 통한 사업구조 혁신에 나섰다. 지난해 미국 다우케미컬의 고부가가치 화학사업 부문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도 기존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혁신이 거듭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할 말은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미래 경영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서진우 인재육성위원장은 SK그룹에서 주로 마케팅 분야와 성장동력 발굴 업무를 담당해 왔다. SK텔레콤 근무 시절 젊은 고객층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TTL’ 브랜드를 선보인 주역이다. 이후 와이더댄닷컴 대표, 넷츠고 대표,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지내며 SK그룹의 인터넷 사업을 성장시켰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SK플래닛 사장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기반을 닦았다. 현재 한국마케팅협회 산하 대한민국마케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의 화두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최광철 사회공헌위원장은 글로벌 건설업체인 벡텔에서 부사장 겸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낸 엔지니어 출신. KAIST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2008년 SK건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되면서 SK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플랜트 담당 사장과 인더스트리 담당 사장을 거쳤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SK건설 대표이사로 화공 및 발전플랜트와 글로벌마케팅, 인프라사업 부문을 총괄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sk그룹#도시바#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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